영어 buzz를 소리 나는 대로 옮겨 쓴 말이다. 원래 의성어인 buzz는 벌 등의 곤충이 내는 소리를 가리켰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SNS 등을 통해서 어떤 사안에 대해서 말하거나 퍼나르는 것, 즉 소셜미디어에서의 입소문을 뜻한다. 소비자나 유권자의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서 경제나 정치에서의 마케팅에서 중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버즈 분석이다.

buzz는 영어권에서 이미 17세기에 ‘바쁘게 돌아다니는 소문’의 의미로 쓰였다. 윙윙대며 바삐 날아다니는 벌 등이 내는 소리로부터 비유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20세기 초에 들어와서는 비행기가 내는 소리를 뜻하기도 했고 전화 벨 소리 등을 뜻하기도 했다.

buzz 소리를 내는 전기 장치인 buzzer를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부저’라고 표기했고, 이로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부저를 누른다’ ‘부저가 울린다’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1990년대에 히트한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그린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다른 작품으로 “버저 비터”가 있는데, 버저 비터(buzzer beater)는 농구의 쿼터 종료 버저가 울리기 직전에 날린 슛을 뜻한다. 부저가 버저로 표기되기까지에는 영어 단어의 한국어 표기라는 점에서 일정한 진화가 있었던 것이다.

버즈 데이터는 흔히 말하는 빅 데이터와 그 실체가 같다. 다만, 버즈 데이터 혹은 소셜 버즈 데이터라고 부를 때에는 마케팅을 목적으로 해서, 수집하고 분석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아무튼 그 통계 분석 결과를 클라이언트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적절하게 시각화하고 수치화하기까지의 과정이 바로 버즈 분석이고 소셜 분석이다.

그런데, 버즈 데이터와 그 분석을 강조하는 것에는 전혀 확정되지 않은 가설들이 깔려 있다. 즉, 소위 버즈 분석 전문가들이 통찰력 있는 분석 결과를 제대로 제시할 수 있다든가 혹은 버즈 분석이 다른 여론조사 및 마케팅 조사 등과 비교해서 더 쉽고 빠르고 싸다거나 혹은 리얼타임적이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더 유의미하고 신뢰할만하다는 등등.

버즈 분석은 요즘 일종의 정치적, 사회적 알리바이 내지는 변명으로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이렇다. 지난 주 반기문 캠프는 ‘귀국 이후 1주일 동안 반기문에 대한 온라인 상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보도 자료를 언론기관에 돌렸다. 언론사들은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썼는데, 요지는 “반기문에 대한 온라인 상 평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추이와 유사한 패턴이라는 결론도 얻었으며 귀국 이후 잇단 구설수에도 긍ㆍ부정적 언급의 추이가 우호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나는 그 기사를 보면서 반기문 캠프가 반기문의 지지율 하락을 매우 걱정하고 있구나 라고 행간을 읽었다. 반기문 캠프는 버즈 분석을 위해 상당한 돈을 쓴 것이다. “돈이 없어서 정당에 들어간다”는 반기문의 발언을 놓고 생각해보면 반기문 캠프가 버즈 분석을 통한 정치 마케팅에 쓴 돈의 비중을 잘 알 수 있다.

반기문 캠프가 발표한 버즈 조사가 기존의 정치 여론조사와 다른 결정적이고도 치명적인 차이는, 다른 후보들에 대한 SNS에서의 언급, 노출 회수 등을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며, 또 각 후보 별 지지도의 시계열적 변화 추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반기문에 대한, 이번 기회의 SNS에서의 언급이나 노출 회수 그 자체만을 놓고 보아서 절대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얘기일 뿐이다.

반면에 가장 최근의 ‘리얼미터’ 주간 정례조사 결과를 보면, 반기문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반면, 문재인의 지지율은 30%선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이 3위, 안철수가 4위였고, 이어 안희정, 황교안, 박원순, 유승민, 손학규, 심상정 등의 순이었다.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 인터넷과 디지틀 테크놀로지가 세상을 바꿀 거라는 얘기가 무성했다. 어느 정도 세상이 바뀐 것도 사실이다. 전철을 타서 보면 사람들은 죄다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있다. 신문을 보는 사람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촛불 집회가 활성화되는 데에도 SNS 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꼰대 세대인 나는 소셜 미디어란 말 앞에 붙은 ‘소셜’이 매우 낯설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