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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일이다. 박근혜 후보 측에서는 연신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쇄신이고 변화”라고 떠들었다. 쇄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그것이 쇄신이고 변화이지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 왜 쇄신이고 변화인가. 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했다. 그런데 또 그걸 두고 “출산과 보육 및 교육, 장바구니 물가에 대해 고민하는 삶을 살지 않은 박근혜에게 여성성은 없다”라고 한 문재인 후보 측 대변인의 말은 더 우스웠다. 나는 지난 대선 때만 해도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었으며 조카의 교육 문제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도 무언가를 사들이는 사람이니 고민하지 않을 수야 없지만 그다지 알뜰한 사람이 아니어서 어지간한 물건들은 대충 편의점에서 샀다. 그러면 나에게는 여성성이 없나? 문 후보 측 대변인은 한 술 더 떴다. “남성성을 가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그래서 쇄신과 변화라고 할 수 없다”라고 말이다. 무슨 이런 말이 다 있나 싶었다. 그렇다면 나는 남성성을 가진 건가? 나는 문 후보 지지자이긴 했지만 그때의 면모가 몹시 실망스러웠다. 지난 16일, 문 전 대표의 아내 김정숙 씨의 발언이 있었다.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본능으로서의 모성을 강조하며 누리과정을 통해 국가가 맡아 기른 아이들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이는지 설명을 늘어놓은 모양이다. 이제는 워킹맘이 된 내가 들으니 한숨이 폭 터진다. 여성성과 남성성을 왜 이토록 억지스럽게 나누려고 하는가. 사람들은 성장해 가는데, 앞에 선 사람들은 왜 자꾸 퇴행하는지 모르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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