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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낄] 다이아 반지 사주려고 통장 터는 남자… 인간은 본래 비합리적이다

입력
2017.01.2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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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세계적 행동경제학 권위자의 ‘발랄한’ 연애 상담.

#1. 5년째 연애 중인 30대 직장인 A= 남자친구가 요즘 들어 자꾸 하이힐을 신으라고 해요. 변태일까요?

“그는 당신이 도망칠까 걱정하고 있는 겁니다. 남자들의 무의식에는 ‘하이힐 신은 애인은 나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는 엉뚱한 믿음이 있답니다. 높은 굽 때문에 빨리 뛰지 못하니까요.”

#2. 결혼을 한 달 앞둔 B= 약혼자가 나를 사랑하는지 확신이 없어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죠?

“당신에게 ‘터무니 없이 비싼데 딱히 쓸모는 없는 물건’을 기꺼이 사주려고 하는지를 시험해 보세요. 이성을 잠시 마비시키고 상대의 요구에 즐겁게 헌신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다이아 반지가 사랑의 징표가 된 이유를 알 수 있겠죠?”

#3. 소심한 연애 무경험자 C= 첫 데이트 장소를 추천해 주세요.

“사람들이 정신 없이 떠들고 음악이 쿵쿵 울리는 곳이죠. 시끄러울수록 좋아요. 말주변 없는 당신 때문에 대화가 자주 끊긴다 해도, 상대는 “시끄러워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하고 당신에게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소음에는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효과도 있답니다.”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학 교수의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의 내용을 재구성한 사례들이다. 하이힐이 애인의 마음이 떠나는 속도까지 늦춰 줄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 사랑을 위해 통장 잔고를 비우는 무모함, 가슴이 뛰는 것이 소음 때문인지 상대 때문인지 헷갈리는 착각. 호모사피엔스가 비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설계됐다는 증거들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재한 실제 상담 사례들을 묶은 저서에서 저자는 사소한 고민들에 숨어 있는 행동경제학을 찾아내고 해법을 제시한다. “합리적 결정을 하고 싶다면, 당신이 태생적으로 비합리한 존재라는 것부터 인정하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 저서의 원제는 ‘Irrationally yours(비합리적인 당신에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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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론에 따르면, 담뱃갑의 무시무시한 경고 그림은 별로 효과가 없다. 눈 앞의 위험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본능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한 확실한 금연 대책은 소형 폭발 장치를 담배 수백만 갑당 한 갑에 장착하는 것. ‘지금 당장 담뱃값을 뜯다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수십 년 뒤에 폐암이 걸려 죽을 수 있다’는 공포보다 위력적이다.

유용한 상담 사례 몇 가지를 더 소개한다. “비싼 음식 꾸역꾸역 먹어 치워서 뷔페 사장이 낼 식재료비를 올리는 것이 과연 삶의 중요한 목표일까요? 당신의 입맛과 건강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뷔페에서 본전 뽑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자제력은 24시간 작동하지 않아요. 자제력도 근육처럼 많이 쓰면 피곤해집니다. 당장 집에서 음식을 치우세요.”(야식 증후군으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지금 불행이 정말로 직장 때문인지 아니면 당신 때문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세요.”(안정적이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을 그만둘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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