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도깨비'는 독특한 공간과 소품 등으로 유독 볼 거리가 많았다. tvN 제공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를 즐겨보던 어느 날, 날이 좋아 드라마 속 독특한 세트에 유독 눈이 갔던 어느 그날. “죄송한데 12시는 어떨까요?” ‘도깨비’의 김소연 미술 감독과의 전화통화는 자정을 지나 이뤄졌다. 다음날 예정된 드라마 촬영 준비를 간신히 끝내고 난 뒤였다. “판타지가 무섭더라고요.” 김 미술 감독은 “시청자들이 ‘저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상식에 기반해 반 발 앞서 상상력을 자극하게끔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가 제작에 참여한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의 작업과 비교해 달라고 하니 나온 얘기였다.

21일 종방을 앞둔 ‘도깨비’는 볼거리가 유독 풍성했던 드라마였다. 배우 공유와 김고은의 달콤하면서 애틋한 로맨스와 더불어 독특한 공간과 낯선 소품이 드라마에 새 옷을 입혔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메밀밭은 극중 주인공들의 사랑을 꽃피우는 공간으로 쓰여 새로움을 줬다. 소품엔 ‘철학’이 담겼다. 김 미술 감독은 극중 저승사자(이동욱)가 죽은 이의 기억을 지울 때 건네는 찻잔의 받침에 숫자가 새겨진 못을 박아 생전 위태로운 삶의 무게를 은유했다.

물론 ‘낭만’만 있었던 건 아니다. 드라마 촬영 시기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고, 일정이 빠듯해 소품을 준비하고 꾸리는 데 우여곡절도 많았다. 방송이 회를 거듭하며 같은 소품에도 변화가 왔다. 드라마 속 공간과 현실 속 모습에 차이도 있었다. ‘도깨비’ 속 미술 세트, 장소와 관련된 ‘숨은 그림 찾기’가 ‘도깨비’의 재미를 더 풍성하게 해줄 만하다.

tvN 드라마 '도깨비' 속 거실에 걸려 있는 미국 유명 화가 잭슨 폴락 '액션 페인팅' 풍의 그림. 같은 그림이지만 두 장면 속 그림은 다르다. 방송 캡처
달라진 ‘잭슨 폴락 그림’

극중 도깨비(공유)만큼 그림에 관심이 있는 ‘초월적 존재’가 있을까. 도깨비의 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소품은 그림이다. 거실과 방에 여러 개가 걸려 있을 뿐 아니라, 도깨비는 틈만 나면 그림을 손에 들고 자신의 교양을 장난스럽게 뽐낸다. 도깨비의 집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연결된 거실 벽에 추상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잭슨 폴락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 걸려 있다.

이 그림엔 웃지 못할 사연이 담겨 있다. 1회에 나온 그림은 4회 이후에 나온 그림과 다르다. 그림을 그린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1회에 나온 그림은 김 미술 감독이 페인트를 뿌려 그린 것인데, 이후 실제 작가가 그린 그림을 새로 걸어 촬영에 썼다. ‘도깨비’를 연출한 이응복 PD가 “제대로 된 그림 느낌을 주고 싶다”고 해 변경됐다. 그림이 워낙 많이 쓰여 촬영을 위해 갑자기 새로 만든 그림이 적지 않다. 도깨비가 저승사자의 방에 들어가 “이 그림이 좋아, 이 그림이 좋아?”라고 물으며 손에 든 그림 중 원 모양의 그림은 김 미술 감독이 직접 그렸다.

t vN 드라마 '도깨비' 속 메밀밭과 그 중심에 서 있는 나무집. 도깨비(공유)가 산책을 하며 낭만을 곱씹는 장소다. 방송 캡처
메밀밭 속 나무집에 얽힌 사연

가슴에 검이 꽂힌 채 수 백 년의 비극을 견뎌온 도깨비는 메밀 밭에 가면 ‘로맨틱 도깨비’가 된다. 극중 메밀밭 배경은 전북 고창에 위치한 한 농원이다. 장소 섭외 담당자들이 탐정처럼 전국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곳이다. 극중 도깨비와 지은탁(김고은)의 입맞춤이 이뤄진 장소다. 메밀밭 신 촬영은 지난해 9월 수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컴퓨터그래픽(CG)의 힘을 빌어 메밀밭의 ‘은빛 낭만’을 키우기도 했다.

메밀꽃에도 웃지 못한 사연이 있다. 도깨비가 바닷가(강원 강릉시 주문진)에서 지은탁을 처음 만나 건넨 메밀꽃은 소품팀 스태프의 어머니가 직접 길렀다. 꽃이 메밀밭에서 진 11월에 촬영이 진행돼, 이를 고려한 스태프들이 직접 메밀꽃을 재배한 것이다. 김 미술감독은 “소품팀 스태프 어머니께서 집에서 온도를 맞춰가며 꽃다발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메밀꽃을 키웠다”며 웃었다. 메밀꽃의 꽃말이 ‘연인’이라, 도깨비와 지은탁을 맺어줄 중요한 소품으로 쓰였다.

메밀밭 속 낡은 나무집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도깨비가 검이 꽂힌 채 누워 있는 곳이 메밀밭인데, 1회가 나간 뒤 메밀밭엔 나무집이 새로 등장한다. 도깨비가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낭만의 통로로 쓰이는 곳이다. 제작팀은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큰 나무에 반쯤 무너진 나무집 세트를 지었다.

tvN 드라마 '도깨비' 속 도깨비의 집(아래)과 실제 촬영 장소로 쓰인 운현궁 양관 현관. 초인종과 도어락은 드라마 속에만 있다. 양승준 기자·방송화면 캡처
“초인종 없어요” 현실과 드라마 속 ‘도깨비집’ 차이

시청자들이 메밀밭 못지 않게 관심을 두는 장소가 바로 ‘도깨비집’이다. 고풍스러움과 모던한 세련됨을 동시에 보여줘 도깨비와 저승사자의 신비로움을 더하는 장소로 쓰여서다. 도깨비집은 서울 종로구 덕성여대 종로캠퍼스 안에 있는 운현궁 양관(양옥집)이다. 흥선대원군의 손자 이준용(1870~1917)이 살던 집이다. 이 집 앞에서 지은탁은 공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보여요, 검”이라고 말해 드라마의 비장미를 돋운다.

이곳엔 적지 않은 시민들이 몰려 기념 촬영을 하며 드라마의 여운을 즐겼다. 직접 양관의 문고리를 돌려 들어가 보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양관은 굳게 닫혀 있다.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봐도 소용 없다. 양관은 텅 비어 있고, 꿈꾸던 드라마 속 도깨비집 거실을 볼 수 없다. 도깨비집 내부는 경기 남양주시의 드라마 촬영 세트장에서 따로 촬영된다. 방송과 현실은 다르다. 드라마 속 도깨비집 현관 왼쪽엔 초인종이 달려 있지만, 양관에는 없다. 양관 벽에 걸린 외부 조명과 드라마에 나오는 조명도 다르다. 제작진이 작은 조명 디자인까지 신경을 써 직접 조명을 설치한 뒤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 '도깨비' 속 도깨비(공유)가 즐겨 찾는 헌책방. 방송캡처
김은숙 작가도 반한 헌책방

도깨비가 메밀밭에서 폼 잡는 것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도깨비가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헌책방이다. 도깨비에게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지은탁과 헌책방 거리를 걸으며 데이트도 하지만, 삼신할머니(이엘)를 만나 자신이 사라지지 않으면 지은탁이 죽게 될 것이란 충고를 들은 비극적 장소이기도 하다.

이 헌책방의 실제 배경은 인천 배다리에 있는 H서점이다. 장소 섭외를 담당하는 세 명의 스태프가 찾아낸 곳이다. 이들은 대본에 나와 있는 헌책방을 찾기 위해 몇 곳의 헌책방 사진을 찍어 김은숙 작가 등에 보냈고, 김 작가가 최종 결정을 해 촬영이 진행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tvN 드라마 '도깨비' 의 배경이 된 인천 동구 금곡동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있는 서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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