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구분 못한 대통령 자업자득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 왔습니다.”

지난해 11월29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탄핵 위기에 몰려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3차)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최순실(61)씨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설립ㆍ운영하겠다며 대기업에서 출연금을 받는 과정에 대통령 자신에게 향하는 의혹을 부정하기 위해 이렇게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런 사업들은 “국가를 위해 공적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즉 주변 관리 부실에 대해서는 사과하겠지만, 자신의 행위는 정당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3차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대통령의 ‘사심 없다’는 주장을 통째로 흔들만하다. 안종범 전 수석의 보좌관 김모씨가 작성한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 상황’이라는 문건이다. 여기에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3월14일 안 전 수석에게 “좌승희 박정희기념재단 이사장, 미르재단 등과 논의해 (박정희 기념관) 홀로그램 미디어 등의 재정비 방안을 강구하라” “기념관 리모델링 계획 수립 완료 후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대통령 민정수석실이 주관하라”는 지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물론 박정희 기념관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추모ㆍ기념 사업을 최고 지도자인 그 딸이 미르 재단을 앞세우고 청와대 조직을 통해 추진하는 행위는 사적인 이해가 결부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결국 미르재단 설립 역시 대통령의 사심이 개입돼 추진된 것이라는 한 사례가 될 것이다. 더불어 미르ㆍK재단이 박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혹에도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된 숱한 책임 회피에 더해 박정희 기념관 건은 박 대통령이 공사 구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11월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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