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페미니즘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마침내 유리구두를 신고 왕자와 맺어지는 순간, 소녀들은 유리에 환상을 품습니다. 그러나 환상은 곧 깨집니다. OECD 국가 중 남녀 차별을 뜻하는 유리천장 지수가 가장 높은 한국에서 유리는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한데 이 유리, 너무 두껍고 튼튼합니다. 응원 받는 일도 어렵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한국입니다. 뿌리를 내려도 자유롭게 가지를 뻗칠 수 없는 이들의 외로움은 억세고 단단합니다.

그럴 때는 즐거움에서 구원을 찾는 것도 좋겠습니다. 유리천장이 두텁다는 사실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억지로 납득시키는 이들에게 유머로 반항하는 것이죠. 독일의 저술가 막시 프레이만(Maxie Freimann)은 말했습니다. “여자 뇌가 남자보다 작아서 멍청하다니. 남자 골반 크기가 여자보다 작아서 번식력이 떨어진다는 말만큼이나 황당하군.” 너무나 당당한 독설에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지 않습니까.

‘언니들의 페미니즘’은 페미니스트 언니들의 184개 문장을 담았습니다. 두려움 없이 떠들고 경계 없이 생각했던 멋진 여자들의 말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엠마 왓슨은 말합니다. “소녀들은 네게 우아한 공주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겠지. 헤르미온느(‘해피 포터’ 시리즈 등장인물)라면 네게 전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할 거야.”국적과 인종, 나이를 불문하고 ‘언니’라고 부르고 싶지 않습니까.

어디 직장 내 차별 뿐이겠습니까. 북어와 여자는 3일에 한 번 패야 한다는 속담에서 보듯 여성혐오는 공기처럼 존재합니다. 그러니 마돈나의 문장을 크게 소리 내어 읽어봅시다. “남자는 우유와 같아. 그냥 놔두면 상하지.” 우유 같은 남자들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상상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마시거나, 휘젓거나, 버리거나, 상상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184개의 문장을 모은 책은 재미있습니다. 한 줄의 문장을 제외한 여백에 마음껏 상상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것이죠.

모든 문장에 낄낄 웃음이 나올 것 같진 않습니다. 피임을 연구하고 산아제한 연맹을 결성했던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는 “여성의 역할은 출산 기계였다. 그뿐이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정부에서 출산지도를 만들었던 것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우리는 반 세기 전의 생어를 열심히 쫓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니들’ 역시 여성에 우호적인 상황에 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늦었지만 오히려 자취를 좇을 수 있는 언니들이 있으니 위안이 됩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말했습니다. “남자 없는 여자요? 자전거 없는 물고기 같은 거죠.” 이번 기회에 남성 없는 여성의 삶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변해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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