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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새해 나의 작은 소망

입력
2017.01.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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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됐다. 다른 해보다 설날 휴가가 짧았다. 1월2일부터 많은 사람들이 다시 새해를 열고자 새로운 각오로 출발점에 섰다. 성취하려는 저마다의 소원은 새해마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가족의 건강과 성공을 비는 것부터 시작된다. 올해 한국에 있어서는 정치 상황이 좋아지고 경제도 다시 활발해지는 것을 기원하고 한국 사회의 안정과 국민의 행복을 빌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더라도 그냥 희망뿐일 수 있다.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가 출발할 때마다 시작은 희망적이며 나라가 더 발전할 거라고 믿다가 끝에 가면 결국 잘못한 정치와 부패 때문에 국민들이 절망하기만 한다. 이 악순환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새해에 나에게도 작은 소망이 있다. 지난 늦가을 어느 날 광장이 100여 평밖에 되지 않는 우리 집 근처 작은 근린공원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짓는다는 팻말이 세워졌다. 주민 대다수는 깜짝 놀랐다. 자세히 알아보니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공원 내에 공원을 용도변경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짓기로 결정헀다는 것이다.

어린이집들이 증설 되어 육아하는 부모의 불편을 없애줘야 한다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구청의 선택이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출산율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급히 어린이집 건립 정책을 실현시키고자 해법을 바꾸고 녹지를 훼손하면서까지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서울시청와 구청에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가? 원래 녹지정책이란 국민모두가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자연 경관을 보호하기 위한 좋은 사회 정책인데 공원 내에 건축물을 짓는 데 어떤 타당한 이유가 있어도 녹지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많은 주민이 공원 안 어린이집 건립에 반대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프로젝트 재고를 요구하는 민원을 관계기관에 냈다. 새로 필요한 복지를 위해 지금 이미 누리고 있는 대다수 주민의 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은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근린공원이 만들어지는 데도 10여 년이나 걸렸고 그 곳에서는 일년 내내 아이들이 놀고 어른들도 산책과 운동을 하기도 하는, 이 동네에서 유일한 공원이다. 지난 가을엔 사랑하는 청춘이 소규모의 야외 결혼식을 해서 온 동네가 축제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기뻐했던 아름다운 곳이다. 잘 가꾸어온 이런 자연 공간에 갑자기 3층 건물을 짓겠다는 발상은 주민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정책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해 모든 주민을 만족시킨다는 것이 어려움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을 통해서 한국 정책 패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기회가 생겼다. 프랑스 사람과 비교하면 한국 국민은 성격이 급한 특징이 있어서 여러 곳에서 그런 요소가 나타난다. 정책도 그런 문화적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정책을 세울 때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계획보다는 중단기적 계획이 많다. 어떤 정책을 추진하다가도 갑자기 새 정책으로 바꾸고 진행하고 하던 작업을 중단해서 시간과 예산을 낭비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낭비는 낭비고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프랑스에도 실수로 낭비한 케이스도 가끔 있지만 관습적으로 낭비에 대해서 예민해서인지 그렇지 않다.

뿐만 아니라 법이 있는데 법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작은 공원 경우처럼 법으로 묶여 있던 것도 어떤 국가적 프로젝트에 장애가 되면 법을 고쳐서라도 실행하고자 한다. 이것도 법을 중요시하는 프랑스 방식과 다르다.

쉽지 않더라도 장기적 정책 고려에서 녹지보전 정책과 국민복지 정책, 이 두 가지 정책이 원만하게 잘 조화를 이루며 활용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 주는 것 또한 정부의 과제인 것 같다.

새해 나의 작은 소망은 상식과 원칙 안에서 대화해 나갈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틴 프로스트 전 파리7대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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