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녀석들' 100회 촬영현장

5일 전북 고창의 ‘삼시세끼-고창편’ 촬영장에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100회 특집 촬영 현장이 공개됐다. 김준현(왼쪽에서 두 번째)은 다른 출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주기 위해 “장모님의 맛있는 김치를 직접 가지고 왔다”며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나타나 주변을 놀라게 했다. 고창=최재명 인턴기자

100회를 맞은 케이블채널 코미디TV의 '맛있는 녀석들'('맛녀')은 원래 '돼지삼형제'였다. 먹성 좋은 연예인들의 식도락을 담은 프로그램 성격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제목이었다. 결국 좀 더 ‘품위’ 있는 제목으로 전파를 탄 ‘맛녀’는 KBS2 ‘개그콘서트’ 출신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듬직한 개그맨들의 ‘먹방’이라는 내용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으나 정작 출연자인 김준현 유민상 김민경 문세윤은 물론이고 제작진조차 2년을 버티며 장수 프로그램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길어봐야 4주"라고 여길 만큼 처음엔 앞날을 내다 볼 수 없었다. 이변이 일어났다. 코미디TV를 대표하던 프로그램 '식신로드'(폐지)를 밀어내고 방송사의 새로운 얼굴이 됐고 출연자 4명은 각종 ‘먹방' 프로그램의 단골 손님이 됐다. "한입만!"을 외치며 입이 찢어질지언정 음식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음식을 입에 털어 넣는 출연자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칼로리 걱정 따윈 밀쳐내고 오로지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일념으로 2년을 달려온 '맛녀'의 100회 녹화 촬영현장을 최근 찾았다.

김준현(가운데)이 유민상 김민경 문세윤 앞에서 걸그룹 트와이스의 곡 ‘TT’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고창=최재명 인턴기자
‘삼겹장어삼합’에 어깨가 덩실덩실

지난 5일 전북 고창의 송림마을은 잔치라도 벌어진 듯 온 동네가 들썩였다. 지난해 9월 막을 내린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를 촬영했던 이곳이 오랜만에 외지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삼시세끼를 1박2일 코스로 챙겨먹기 위해 마을을 찾은 네 명의 몸무게 총합은 400㎏ 남짓. 덩치 큰 이들이 마당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으니 시끄러울 수밖에.

김준현이 아궁이에서 노릇노릇하게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삼겹살엔 김치찌개!"라고 외치고 사라지더니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시 나타났다. '먹는 데에는 프로'라서 '김 프로'라 불리는 그다웠다. 김준현은 "장모님표 김치를 공수해왔다"며 냄비에 김치를 담고는 멸치도 한 주먹 넣었다. "멸치를 육수로 내면 오래 걸리고 귀찮은데, 이렇게 같이 끓이면 더 맛있거든요."

김민경(왼쪽)과 문세윤이 삼겹살과 장어로 배를 채우며 100회 특집 촬영을 즐거워 하고 있다. 고창=최재명 기자

이윽고 식사, 아니 ‘폭풍 흡입’이 시작됐다. 밥상 앞을 차지한 유민상과 김민경 문세윤은 일제히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입안 가득 채웠다. 곧이어 석쇠에는 장어의 향연이 이어졌다. '먹선수'들은 ‘삼겹장어삼합’이라는 신종 메뉴를 즉석에서 만들었다. 삼겹살과 장어를 배추 위에 얹고는 마늘과 깻잎을 추가해 크게 쌈을 만들었다. 밥상은 5분도 안 돼 초토화됐다. 마을 주민들이 추천한 복분자가 상 위에 올라오자 이들은 잔을 들고 어깨춤을 추며 흥얼거렸다. 건배 대신 "춘천 닭갈비~ 전주 비빔밥~ 고창 복분자~"를 서로 외쳤다. 먹기 선수다운 프로그램 100회 자축이었다.

‘맛있는 녀석들’ 100회 특집 촬영 중 제작진과 취재진이 음식을 맛보고 있다. 고창=최재명 인턴기자
“장모님표 김치예요.” 김준현이 장모님의 김치를 직접 준비해 와 손수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다. 고창=최재명 인턴기자
'1인1닭' '1인1피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방송가에선 '맛녀'를 두고 "엽기적인 먹방'이라고 말한다. 통닭집에 가서 '1인 1닭'으로 먹어 치우고, 특대 사이즈로 '1인 1피자'를 주문했다. 오로지 컵라면을 맛있게 먹어보려는 심사에 저녁에 등산을 하러 나가고, 새벽에 한강에서 기타를 치며 컵라면을 먹었다. 밤에 모인 출연자들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맛있는 해장국을 먹기 위한 일종의 준비 운동이었던 셈이다.

“저희 러브라인 아니에요.” 유민상(왼쪽)과 김민경이 이날 촬영장을 찾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창=최재명 인턴기자

방송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현실로 펼쳐지니 "묘한 중독성에 빠졌다"는 시청자들이 등장했다. '먹선수'들도 날개를 단 듯 먹는 데 집중했다. 군부대 매점을 습격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오리백숙을 4시간 동안 먹으며 제작진을 지치게 했다. '배달음식'편에선 유민상의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12시간 릴레이 먹방을 실현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시청자들은 즐겁지만 출연자들의 건강이 내심 걱정될 수 밖에.

김준현은 “몸이 좋지 않아도 이상하게 넷이 같이 먹으면 또 먹게 된다"며 "몸무게는 좀 줄었고(웃음), 녹화 당일을 위해 평상시에는 덜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문세윤은 "(몸무게가)16개(116kg)였다가 지금은 22개(122kg)"라며 "걱정들 많이 하시는데 우리끼리 건강검진도 받고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편"이라고 거들었다.

준현(왼쪽부터) 유민상 김민경 문세윤이 ‘맛있는 녀석들’ 제작진으로부터 100회를 맞아 받은 감사패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고창=최재명 인턴기자
악플에 상처도… 눈물의 '감사패'

유민상이 "100회라! 내가 여태껏 했던 예능프로그램 중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감격할 정도로 우여곡절이 만만치 않았다. 이날 제작진은 100회를 잘 이끌어준 공을 인정해 출연자 넷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100회의 기쁨도 잠시 이들은 아픈 속내도 내비쳤다.

제작진에게 ‘감사패’를 받은 뒤 김민경이 “악플로 울기도 했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창=최재명 인턴기자

김민경은 "예능이란 게 너무 무섭고 저하고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을 깨준 게 '맛녀'”라고 눈물을 쏟았다.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내세워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하는 예능계에서 김민경은 항상 주눅이 들었다고. 그는 '맛녀'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관련 기사 댓글에서 악플을 볼 때마다 “많이 울었다"고 했다. 유민상도 “악플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잘 먹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웃기려고 무조건 말도 안 되는 말을 던졌다"고 말했다. 막내이자 ‘문 선생’으로 불리는 문세윤은 "개그맨이지만 '예능 울렁증' 때문에 과거엔 연극이나 드라마 쪽을 많이 기웃거렸다"며 “이제는 섭외가 많이 들어오고 예능 울렁증은 깨졌다"고 털어놨다.

고창=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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