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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목련

입력
2017.01.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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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요? 여적 그러고 있어요.

없는 길을 없는 길로 보고 있어요. 없는 길이 길어져 내내 따라가요. 분분한 빛에 섞여 들어가요. 보따리 속이었을까요. 안개 속이었을까요. 날개가 온몸인 나비였을까요. 없는 것들은 없어서 있는 것일까요. 자꾸 자꾸 가벼워지지 뭐예요. 어렴풋해지지 뭐예요.

발을 잊었어요. 가늘어진 몸 맨 꼭대기에 매달리는 것이었을까요. 나무에 피는 연꽃. 봄꽃을 피우기 위한 겨울 준비에 들어간 꽃눈은 붓과 닮아 있어요. 꼭 다문 채 아직 본 적 없는 눈동자가 되어가나요. 고결한 꽃을 보여주는 그 순간, 칼! 외마디를 발음하게 되나요.

하냥 가고 있어요. 낮달의 마음은 여직 사라지지 않는 마음. 사라질 수 없는 마음. 하염없는 마음. 거두지 못하는 마음은 거두어지지 않는 마음. 몸 없이도 따라가는 마음. 아니 몸도 잊고 가는 마음. 마음은 나도 모르는 것이에요. 흰 손 위로 고여든 분홍의 고요, 모르는 것 속에 모르는 꽃이 들어있어요.

마음이 커서 마음이 모자라요. 뭐해요? 편지 써요. 목련. 오네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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