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3명이 최근 유튜브에 올린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이라는 동영상은 공영방송, 나아가 우리 언론의 현실을 되짚게 한다. 이들이 직접 만든 영상에는 촛불집회 당시 취재기자들이 겪은 수모와 좌절이 담겨 있다. 마이크에 MBC로고조차 달지 못했고 건물 안에 숨어 방송한 경험을 들며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이들은 “기자들을 혼내고 욕해도 좋으니 MBC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보도책임자들이 해야 할 말을 오죽하면 막내 기자들이 대신 하는가 싶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 이명박 시절 해직된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이 내주에 개봉된다. 보수정권 들어 해직된 기자는 20여명에 이르고, 징계자는 수백 명에 달한다. 그들이 사라진 동안 공영방송은 철저히 망가졌고, 언론의 위상은 한없이 추락했다. MBC와 YTN을 중심으로 해고된 이들은 대단한 이념을 내세운 게 아니라 기자라는 직업에 요구되는 상식적 소명을 지키고자 했을 뿐이다. 이들이 현장에 있었더라면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이 지금처럼 국민들로부터 불신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 국정농단 사태 이후 ‘언론개혁’이 우선적 과제로 떠올랐다. 촛불 민심에 불을 지핀 게 언론이지만 권력의 비리를 묵인하고 방조한 책임도 언론에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류 언론은 박근혜에 관한 조작된 이미지를 생성하고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 왔다. 지난 대선에서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허상에만 매달려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과 사생활 검증에는 소홀했다. 하지만 그런 반성은 찾아보기 힘들고 이번 사태를 마치 ‘저널리즘의 승리’인 것처럼 포장하기에 바쁘다.

▦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정 언론과 방송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 첫걸음은 공영방송을 권력의 통제에서 벗어나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법적, 제도적 개혁이다. 해직당한 언론인의 복귀와 명예 회복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자들 스스로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자라는 인식을 가다듬는 게 시급하다.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라는 게 촛불민심의 요구다.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우리 언론이 살아남는 가장 확실한 길이 여기에 있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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