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 사회의 과제


윤여준-손호철, 양 진영에 쓴소리
“보수 세력이 보인 행태는 수구
이제야 진정한 보수 탄생할 여건”
“진보, 촛불에 편승해 무임승차
석고대죄하고 시대정신 읽어야”
지난 달 29일과 27일 각각 본보 신년기획 인터뷰에 응한 윤여준(오른쪽) 전 환경부 장관과 손호철 서강대 교수. 윤 전 장관은 “그간 한국의 보수가 보인 행태는 수구”라며 “보수의 가치를 정립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야권 역시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가 뭔지 모르면 집권해도 ‘야당표 헬조선’이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주성ㆍ홍인기 기자

격동의 2016년을 보내고 맞은 새해, 보수와 진보 모두 큰 과제를 떠안았다. 1,000만 촛불 민심이 던진 경고에서 양 진영 모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보수의 가치는 정치적 셈법과 정파 이익에 자리를 내줬고, 진보는 보수의 폭주를 막지 못한 채 분열하며 이합집산했다. 두 진영 모두가 가짜 보수, 가짜 진보의 비판 속에 진정성 있는 재정립을 요청 받고 있다.

3대 보수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드문 경력의 소유자인 윤여준(78) 전 환경부 장관은 “한국에 보수가 있느냐”고 자문하며 “그간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이 보인 행태는 수구”라고 일갈했다. 윤 전 장관은 ‘소나무가 늘 푸른 이유는 잎을 끊임없이 바꾸기 때문’이라는 영국 보수주의의 아버지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인용해 “보수의 개혁이 아니라 보수의 가치 정립부터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진보 정치학자인 손호철(65) 서강대 교수 역시 유일한 보수정당이었던 새누리당을 “낡은 반공에 기댄 수구정당이자 제왕적 대통령제를 받들며 아무 비판도 못하는 내시정당이었다”고 규정했다. 이어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분당으로) 이제야 진정한 보수정당이 탄생할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기존의 진보 진영에서 보수 집권 10년의 적폐를 청산할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두 원로는 입을 모았다. 손 교수는 “야권도 촛불 민심에 편승해 무임승차했을 뿐”이라며 “야권의 대선주자들 역시 ‘사이다 발언’이 아니라 석고대죄부터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야권이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모르고 헛다리 짚으면 차기 대선에서 집권해도 ‘야당표 헬조선’이 계속될 것”이라며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야권의 난독증 탓에 오히려 냉소주의가 대선을 지배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흔히 진보라 일컬어지던 민주화 운동세력도 권력을 잡은 이후 바로 수구화, 기득권화했다”고 지적했다.

두 원로가 보수와 진보 진영에 주문하는 바는 결국 건전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의 경쟁과 견제다. 윤 전 장관은 “보수에 진보의 가치로 도전하고, 보수는 또 진보의 도전을 받아서 자기를 바꿔나가야 한다”며 “그렇게 보수와 진보가 경쟁해야 하는데 그간 우리의 진보와 우리의 보수는 서로를 원수로 생각해 경쟁이 아닌 투쟁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손 교수도 “개혁보수신당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며, 아직 사죄의 세탁 과정에 있다”며 “야권이 끊임없이 비판하고 요구해 이들이 과거에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을 할 수 있도록 보수세력의 세대교체를 자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권에는 “2016년 촛불항쟁은 민주화 이후 30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20년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며 “모든 걸 버릴 때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촛불 혁명을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원로는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광장 민주주의’에 우려의 시각도 나타냈다. 윤 전 장관은 “모든 국정을 촛불로 해결할 수는 없기에 일상화하면 위험하다”고 말했고, 손 교수는 “촛불은 한국 정치의 실패를 의미한다. 거리의 정치가 없어지는 게 최고의 대의민주주의”라고 했다. ‘포스트 촛불’ 역시 정치권이 채워야 할 공백이라는 얘기다.

윤여준 “보수 아닌 수구 세력의 몰락”

손호철 “헛다리 짚으면 야당표 헬조선”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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