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미꾸라지’의 혼성어다. 인맥, 정보, 지식 등과 결합한 법률 권력 및 기술을 이용해서 미꾸라지처럼 민주 질서를 흐려 놓으면서 법에 의한 처벌을 능수능란하게 피해 가는 사람을 가리킨다. 같은 조어법으로 만들어진 말로 한국어에는 기레기, 혼밥 등이 있고, 일본어에는 가라오케, 포케몬 등이, 영어에는 네티즌, 브런치 등이 있다.

이러한 혼성어를 영어로는 portmanteau(포트맨터우)라고 한다. 포트맨터우는 이등분 되면서 열리는 가방을 가리키는데, 이 말 자체가 ‘운반자 +망토’라는 어원의 프랑스어에서 온 합성어다. 루이스 캐럴의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혼성어의 대표 사례로 처음 거론되었다.

미꾸라지의 중세 어원은 ‘믯구리’ 혹은 ‘믯그리’다. 현대어 ‘미끄럽다’를 중세에는 ‘믯그럽다’라고 표기했다. 한자어로는 추어(鰍魚) 혹은 이추(泥鰍)라고 하며, 추(鰍)는 추(鰌)로 쓰기도 한다. 거의 모든 나라 말에서 미꾸라지는 교활하게 빠져 도망가는 사람이나 상황을 묘사할 때 쓰이고 있다.

법(法)의 고대 금문 자형은 ‘물(氵) +가다(去) +해태(廌)’로 구성되어 있었다. 서울 경복궁에도 있는 해태는 동북아시아의 대표적 상상 동물인데, “설문해자”를 보면, “멧소를 닮았고 뿔이 하나인데, 옛적에 송사를 판결할 때 해태로 하여금 정직하지 않은 쪽을 들이받게 하였다”고 설명되어 있다. 오늘날의 법(法) 자는 ‘해태’가 생략된 꼴이다.

법꾸라지와 관련된 말로는 법비(法匪)와 떡검이 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의 설명에 따르자면, 법률 도적이란 뜻의 법비는 일본 강점기 때 만주에서 법을 이용해서 혹독하고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몰아대는 일본 관리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입신영달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법률 조문을 내세우고 법률 기술을 마치 금고털이 기술처럼 써먹는 자들이 바로 법비라는 것이다.

떡검은 ‘떡값을 받아먹은 검찰’이라는 뜻으로 한국의 검찰을 조소하는 표현인데, 2000년대 중반에 ‘삼성그룹 X파일’ 사건과 관련된 불법 행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노회찬 의원은 단지 떡검들의 실명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유죄를 선고받고 국회의원직을 빼앗긴 적이 있다.

요즘 대표적인 법꾸라지로 거론되는 사람은 김기춘, 우병우, 진경준 등이다. 이 중에서 진경준은 재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얼마 전 1심에서 핵심적인 혐의인 ‘넥슨 공짜 주식’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법꾸라지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최고 권력자의 신임을 얻어 권력을 휘두르는 높은 자리에 앉은 다음 이곳저곳에 자기 사람을 앉힌다. 소위 우병우 사단이 대표적인데,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병우 인맥은 검찰은 물론이고 국가정보원, 경찰, 국세청, 국방부 등의 주요 보직에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꾸라지의 다른 노하우로는 ‘블랙리스트’ 활용이 있다. 이것은 앞의 방식과는 달리 사람을 자르고 쳐내는 것이다. 김기춘이 주도해서 만들어졌다고 문화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소위 김기춘 블랙리스트는 거의 만 명에 이르는 명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법꾸라지는 ‘황제 소환’과 ‘치매 코스프레’에 능하다. 조사하는 검사들 앞에서 팔짱 끼고 담소할 수 있어야 하며, 청문회 등에서는 증거가 내밀어지기 전까지 무조건 ‘모른다’고 잡아뗄 수 있어야 한다. 증거가 나오면 이중 부정에 의한 완곡어법을 구사한다: “못 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법꾸라지들은 젊은 시절부터 법망을 피하는 훈련을 받는데, 두드러기 정도 가지고 군 면제를 받는다거나 ‘코너링’이 좋아서 ‘운전병 꽃보직’을 받는다거나 하는 게 바로 그런 예다. 그 후에는, 다운 계약서 작성 및 위장 전입 등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 등으로 능력을 키운다.

한국의 법꾸라지들은 권력 남용, 인사 개입, 탈세, 제자 논문 표절, 뇌물 수수, ‘오리발 내밀기’ 등에 아주 능하다. 그러니까, 올해 한국에는 크게 두 부류의 동물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쪽에는 닭과 미꾸라지와 장어가,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개ㆍ돼지가.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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