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수혜자 발표는 일정보다 몇 달이나 지나서 이루어졌고 통상 수혜자들 명단이 공개되는 것에 반해 모든 것이 비공개여서 나 외에 누가 선정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시상식도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상하네, 갸우뚱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지원금 1,000만원은 무척이나 큰돈이어서 나는 남편에게 선정 사실을 전하며 헤헤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혜자 선정에 청와대의 사전 검열이 있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반정부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몇몇 작가들이 의도적으로 지원에서 배제되었다는 거였다. “그런 돈 뭐 하러 받아? 돌려줘.” 남편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그게… 돌려주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는 얼버무렸다. ‘검열’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단어가 이 시대에 아직 돌고 돈다는 사실이 몹시 참담했고 뭔가 지저분한 뒷거래에 손을 댄 사람처럼 찜찜했다. 결국 이 일은,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문화계 종사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보도되며 일파만파 커졌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너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며? 그런데 어떻게 지원금을 받았어?” 묻는 친구들에게 “난 피라미잖아. 무명이라 그 사람들이 몰라본 거지.” 그렇게 하하, 웃기만 했던 민망한 시절이 새삼 떠올라 뉴스 화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런 적 없습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 대답이 나올 게 빤하다 해도 그들이 하는 말을 한 번 지켜나 봐야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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