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한 곳은 신규 아파트 단지라 입주를 시작한 주민들끼리 만든 입주민 커뮤니티 카페가 있다. 계약서 사본이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하고 무슨 동의서도 써야 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어 처음에 나는 좀 골이 났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아파트 값 떨어지지 않게 담합들도 한다던데 여기도 그런 거 아니야? 삐딱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기 참 재미있다. “저희 오늘 이사해요. 시끄럽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세요”부터 “5단지 놀이터 펜스 망가졌어요, 조심하세요”, “오늘 우리 집에서 다섯 살 아이들 데리고 보드게임 할 건데 놀러오세요”까지 별의별 이야기들이 다 올라온다. 어느 집은 반려동물 미용실을 하는 집이라 동물을 키우는 입주민들은 모조리 그곳으로 몰려가고 어느 집은 고향 어머니가 농사짓는 과일을 판다. 댓글로 보아서는 그 집은 아예 과일가게가 되어 매일매일 사람들이 사러 가는 모양이다. 로스팅 공장을 하는 집으로는 사람들이 커피를 직접 사러 가고 페인트 가게를 하는 집도 있어 나도 그곳에서 아기 방을 칠할 핑크색 페인트를 샀다. 중고로 팔 법한 물건들도 그냥 나누어준다. 나도 안 쓰는 물건을 한 번 올렸다가 도리어 가지러 온 이웃에게 커피며 과일을 잔뜩 받았다. 이건 숫제 반상회다. 혼자 살던 지난 20여 년 동안 한 번도 반상회에 나오라는 소리를 들은 적 없으니 이제 반상회란 것이 아예 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엔 엄마가 반상회에 나가기 싫어서 그냥 5,000원 벌금을 물고 말던 모습을 자주 보았더랬다. 동네 아줌마들이 대문을 두들기면 “엄마 없다 그래” 하며 안방으로 숨어버리던 엄마. 나도 반상회는 귀찮지만 이런 알콩달콩 커뮤니티는 꽤나 재미있단 말이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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