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더힙합] 19. '허세' 뺀 한국형 힙합 MC

[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힙합듀오 배치기가 2006년 9월 정규 2집 앨범 '마이동풍'을 발매할 당시의 모습. 배치기는 데뷔 당시 다른 힙합가수들에 비해 준수하고 단정한 스타일로 외형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요."

지난 10월 SBS MTV '더스테이지 빅플레저'에 출연한 힙합 듀오 배치기가 씁쓸한 농담을 던졌다. 데뷔 11년차 중견 힙합가수로 음원차트 상위권에 수도 없이 이름을 올렸건만, 알아보는 이가 없어 나들이가 수월하단다. 2000년대 중반 한창 성적이 좋았을 때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인터뷰했는데, 요새 체감하는 인기도는 사뭇 다른가 보다.

배치기의 달라진 생활은 또다른 일화에서도 느껴진다. 지난 7월 출연한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 배치기는 "한창 잘 벌었을 때는 한 달에 고급 국산차 한 대 살 수 있는 정도였다"며 "지금은 오토바이 살 수 있을 정도"라고 고백했다. 이들이 말한 '한창 잘 벌었던' 시절은 어땠을까. 시작은 1999년 고등학생 때부터였다.

힙합듀오 배치기가 2013년 1월 정규 4집 앨범을 발매할 당시의 모습. 경쾌한 멜로디를 추구하던 배치기는 정규 4집 앨범의 타이틀곡 '눈물샤워'를 통해 처음으로 감성 힙합을 선보였다. '눈물샤워'는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YMC엔터테인먼트 제공
1. 토속적이지만 촌스럽지 않게… 한국 정서를 살린 힙합

배치기는 원래 4인조였다. 1999년 힙합에 관심있던 동네 친구들이 모여 홍대 클럽 공연을 다녔다. 3년 후 유학 문제와 군 입대로 2명이 탈퇴하면서 배치기는 지금의 2인조 체제로 개편됐다. 규모는 줄었지만 이들은 끈기있는 활동으로 데뷔 기회까지 잡았다. MC 스나이퍼를 만나 친분을 맺으면서 레이블 스나이퍼 사운드의 소속 가수로 영입된다.

2002년 MC 스나이퍼의 정규 1집 앨범 작업과 공연 활동을 도우며 경험을 쌓은 배치기는 2005년 정규 1집 앨범을 발매했다. 데뷔곡은 언더 시절 배치기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반갑습니다'로 정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리는 배치기입니다/ 우리 스타일은 죽여줍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직설적인 가사와 경쾌한 리듬이 통했다. 프로야구에서는 특정 선수를 응원하는 음악으로도 활용됐다. 이 곡은 배치기의 이름을 알리면서 정규 2집 앨범 흥행의 포석이 됐다.

다음해 나온 2집은 좀 더 친근한 한국식 힙합을 발표했다. 타이틀곡 '마이동풍'은 박시춘씨가 작곡한 '칼멘야곡'을 샘플링해 한국 정서를 살렸다. 특히 복고적인 악기 구성에 성악가 최미리의 목소리를 입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대중가요에 성악을 결합한 작업은 대중성과 전문성을 모두 입증한 시도로 평가됐다.

연달아 흥행곡을 만들었지만 배치기에게 처음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안긴 곡은 따로 있다. 2013년 가수 에일리와 함께 부른 정규 4집 앨범 타이틀곡 '눈물샤워'다. 2011년 스나이퍼 사운드를 나와 YMC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후 발표한 첫 앨범으로, 신나는 리듬을 추구하던 기존 성향에서 벗어나 감성 힙합을 선보였다. '눈물샤워'의 성공 이후 배치기는 몇 차례 싱글 음원을 냈지만, 이전보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들은 지난 6월 가수 제시와 함께 '술김에'라는 곡을 발표했다.

2. 목소리 궁합지수는 '100점'

배치기는 과거 ‘실력 논란’에 크게 휘말린 적이 있다. 논쟁은 동료인 MC 버벌진트의 인터뷰가 시발점이 됐다. 버벌진트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배치기는 랩을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

그러나 마니아 사이에선 언더 시절부터 직접 작곡, 작사를 해온 배치기의 실력이 어느 정도 존중되는 분위기다. 특히 멤버 탁(본명 이기철)의 경우 빠른 래핑을 소화하면서도 발음이 정확해 MC 아웃사이더와 함께 속사포 래퍼로 평가받는다.

배치기는 목소리 궁합도 잘 맞는 팀이다. 탁은 높은 톤, 멤버 무웅(본명 정무웅)은 허스키한 낮은 톤을 구사한다. 주로 탁이 화려한 랩 스킬을 선보인다면, 무웅은 멜로디 라인이 살아있는 플로우(흐름)로 곡의 지루함을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 반갑습니다 (Feat. 성은 a.k.a AG)

● 마이동풍

● 궁금해 가끔 (Feat. 구인회 of M.A.C)

●두 마리

● 눈물샤워 (feat. 에일리)

● 술김에 (feat.제시)
● 웃고 울고 또 웃네

● 닥쳐줘요 (feat. 솔지 of EX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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