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 “해경 과실치사 빼라 압력”
김기춘, 이정현은 박 대통령 보호 총력전
정부의 구조 책임 원점서 다시 규명해야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 해상에서 해경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 요청을 받고 가장 먼저 사고 현장에 접근한 민간 선박은 유조선 둘라에이스호였다. 선장 문예식씨는 2014년 8월 세월호 선원 재판에 출석해 명백한 구조 실패라고 증언했다. “유조선에 구명 뗏목과 구명정 등을 갖춘 데다 공간도 충분해 승객들이 맨몸으로 수영했거나, 구명 조끼를 착용하고 바다로 뛰었으면 476명 전원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책임은 사고 책임과 구조 책임으로 구분된다. 사고에 이르기까지의 직ㆍ간접적 책임 못지 않게 승객을 온전히 구조하지 못한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구조 실패의 책임은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선원들뿐 아니라 긴박한 순간에 무능과 태만으로 일관한 정부에도 똑같이 지워져야 한다. 당시 책임자 처벌에 나선 검찰은 해운업계 전반의 비리 수사를 포함해 모두 154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구조 소홀 책임을 물어 사법 처리된 사람은 사실상 현장에 출동한 123경비정 정장 한 명에 불과했다.

당시의 구조 지휘체계는 123경비정에서 진도 해상관제센터, 목포해경, 서해해양경찰청, 해경본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청와대로 이어졌지만 가장 아래 위치한 소형 경비정 책임자만 문책을 한 것이다. 참사 당일 상황으로 되돌아가 보면 최초 신고를 접수한 전남 소방본부와 목포해경은 관할을 다투다 골든 타임을 흘려 보냈다. 해경본청은 침몰 직전까지 “여객선 자체 부력이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하라”는 엉뚱한 지시만 했다. 중대본은 ‘전원구조’따위의 확인되지 않은 언론보도를 전파하는 등 혼란을 부채질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인명구조보다 대통령에게 보고할 자료와 영상 독촉에 골몰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제자리에 없었다. 그런데도 현장지휘부와 상급기관은 모두 면책처분을 받았다.

정부도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해 이들 기관을 조사하긴 했으나 시늉에 그쳤다. 감사원은 청와대로부터 달랑 A4용지 2장 분량의 상황 보고서만 받고 덮었다. 검찰은 수사를 현장 관할인 광주지검과 인천지검에 맡겼다. 청와대와 중대본 등 상급기관을 조사하려면 대검이 나서야 하는데도 미리 선을 그은 것이다. 대검 측은 “청와대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나마 광주지검에서 123경비정 정장을 구속시키려는 것도 법무부의 방해로 좌절된 사실이 최근에야 밝혀졌다. 당시 광주지검장인 변찬우 변호사와 통화를 해 봤다.

-123정장 구속영장 청구를 법무부가 반대한 게 사실인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려 했으나 법무부가 ‘구조하러 간 해경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면 국가기관이 뭐가 되느냐’며 반대했다.”(광주지검은 결국 업무일지 훼손 등 혐의로만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나중에 불구속기소할 때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나.

“내가 ‘사표를 낼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쳐서 구속은 못했지만 기소는 할 수 있었다.”(123정장은 법원에서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검의 판단이 옳았던 셈이다.)

-변 지검장이 밉보여 좌천 인사를 당해 그만뒀다고 하는데.

“이듬해 인사에서 후배들이 가는 자리로 발령받아 얼마 뒤 옷을 벗었다.”

^당시 청와대는 박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KBS에 전화를 걸어 “해경과 정부를 두들겨 패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고, 김기춘 비서실장은 수없이 세월호 대응 지시를 내린 것으로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에 적혀 있다. 광주지검 수사를 방해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고, 우병우는 민정비서관으로 있었다. 황교안, 김기춘, 이정현, 우병우가 수사 방해 관련자들이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 제출한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세월호 당일 청와대에서 정상근무를 하면서 신속하게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관저에서 ‘올림머리’를 하지 않고 본관 집무실서 정위치만 하고 있었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정부의 구조 실패 책임 규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돼야 한다.cjlee@h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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