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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향한 촛불 “부끄럽지 않은 판결을” 탄핵안 인용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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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향한 촛불 “부끄럽지 않은 판결을” 탄핵안 인용 압박

입력
2016.12.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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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촛불집회 77만명 참가

“朴의 답변서 후안무치” 분개

黃권한대행 사퇴 외침도

보수단체 인근서 맞불 집회

“한해 마무리 하는 축제 마련”

퇴진행동, 9ㆍ10차 집회 예고

17일 제8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고 국가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묻는 뜻으로 구명조끼를 입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17일 제8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고 국가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묻는 뜻으로 구명조끼를 입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헌법재판소도 독립성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잖아요. 서둘러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해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김모(20)씨는 오후 7시30분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앞에 서 있었다. 김씨는 헌재에서 약 100m 떨어진 역사 4번 출구에서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데다 이 정권의 한 축을 담당한 사람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있어 아직 촛불을 꺼뜨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통해 민심의 승리를 자축했던 촛불이 다시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제는 다음 단계인 헌재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겨냥하며 압박에 나섰다.

한층 추워진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이날 8차 촛불집회에는 광화문 65만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77만명(주최 측 추산)이 거리로 쏟아졌다. 광화문광장은 전날 ‘탄핵 이유가 없다’는 답변서를 제출한 박 대통령과 대리인 이상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황 권한대행을 향한 분노로 들끓었다. 촛불집회를 주관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자격 사망선고를 받은 박 대통령이 탄핵을 부정하는 후안무치한 답변서를 제출했다”며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를 강행하는 황 권한대행도 즉각 사퇴하고 헌재는 한치 머뭇거림 없이 박 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를 감시하려는 움직임은 집회 시작 전부터 감지됐다. 낮 12시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이 광화문광장에서 마련한 ‘헌법재판관에게 엽서보내기’ 행사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시민 수백명이 몰려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경기 일산에서 온 김은주(65)씨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부끄럽지 않은 판결을 내려 달라”고 당부했고, 중학생 정다운(14)군은 “헌재에 직접 말하고 싶어 달려 왔다”고 했다. 시민들의 바람을 담은 엽서는 20일쯤 헌재로 보내질 예정이다.

오후 7시 시작된 행진에서도 헌재와 총리공관 쪽에 행렬이 몰렸다. 시민들은 광화문광장과 종각역, 탑골공원을 거쳐 헌재에서 100m 떨어진 지점인 안국역에 멈춰선 뒤 “헌재는 판결을 서두르라”고 연신 외쳤다. 작가 안모(32)씨는 “상식이 통하지 않은 일을 하도 여러 번 겪다 보니 탄핵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솔직히 불안한 심정”이라고 했다. 삼청로를 따라 총리공관 앞 100m 거리까지 진출한 다른 행렬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한 책임을 지라”는 구호도 터져 나왔다. 한 참사 유가족은 “법무부 장관 시절 세월호 수사를 방해한 의혹이 있는 황 권한대행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울먹였다.

헌재가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하면서 박 대통령 지지층의 반격도 본격화했다.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 등 30여 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소속 회원 3만3,000여명은 오전 11시 안국역 재동로터리 일대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 “종북세력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삼청로를 거쳐 청와대 앞 400m 지점인 세움아트스페이스까지 처음 행진도 했다.

보수세력의 세 불리기에 발 맞춰 친박 정치인들도 거리에 등장했다. 이들은 촛불민심을 종북몰이로 몰아가며 색깔론을 폈다. ‘100만 보수집회’를 독려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엄마부대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 “좌파들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박 대통령을 버렸다고 선동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은 “김대중ㆍ노무현 때는 더 많은 비리가 있었다.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호소했고, 정미홍 전 KBS아나운서도 “반국가 세력들이 나라를 뒤집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은 성탄절과 새해 전야인 24일, 31일에도 서울 도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퇴진행동은 18일 “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광장 민주주의는 더욱 단호해지고,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9ㆍ10차 촛불집회를 예고했다. 주최 측은 연말 분위기가 두드러진 집회 특성을 살려 가족과 연인 단위 참가자들을 위한 축제 형식의 행사를 준비할 예정이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형식은 가벼워도 촛불 메시지에는 조속한 적폐 청산을 국회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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