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를 3년 전 인수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 로이터 뉴스1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지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워싱턴포스트는 전 세계 언론사 사이에서 ‘디지털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한때 능력 있는 기자들이 회의를 느끼고 떠났던 천상 아날로그 신문사가, 트래픽에서 뉴욕타임스나 버즈피드를 제치고 자체 개발한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을 판매할 정도의 ‘기술 중심’ 회사로 180도 변신한 것은 경이로울 정도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궁금증을 다소 해소해 줄 만한 기사가 최근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에 실렸다. 워싱턴포스트를 이끄는 두 명의 기술 책임자를 인터뷰한 기사다.

주인공은 최고기술책임자(CIO) 샤일리시 브라카시와 제품 책임자인 조이 마버거. 두 사람은 격주로 베저스와 대면해 이야기를 나눈다. ‘스포트라이트’로 세계적 스타가 된 편집국장 마틴 배런보다도 더 자주 만난다고 한다. 베저스는 아마존을 창업했을 때 “당장 수익 내기보다 투자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돈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투자한다”는 원칙을 밀어붙였고, 그 원칙은 워싱턴포스트에도 적용된다.

그렇다고 “이 정도 돈이 필요하니 달라”고 하면 베저스가 척척 내준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현재 미디어업계에서 확실한 수익모델이란 없으므로, 끊임없이 실험을 밀어붙인다는 뜻이다. 기자나 프로듀서한테 기술진이 접근해서 “새로운 실험을 해보겠다”고 제안하고 동의하면 바로 협업이 시작된다.

편집국 문화가 극적으로 변모한 데는 베저스와 배런의 역할이 컸다. 베저스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보상 체계였다. 예전에는 보상 체계가 ‘영업이익’에 단순 연계돼 있었다. 매출이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려면 비용과 사람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베저스는 영업이익 항목을 없애고 수익과 무관한 세 가지 항목을 만들었다. 첫째,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 둘째, ‘성스러운 소’(신성불가침 원칙)는 없다. 실험을 밀어붙인다. 셋째, 논쟁하나 따른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되, 일단 합의가 이루어지면 폄하하지 말아야 한다.

기자들의 변화를 끌어 내는 데는 ‘웹스케드’라는 일정도구도 한몫했다. 워싱턴포스트에는 700명 정도의 기자가 있지만, 1,300명인 뉴욕타임스에 비해 온라인 기사 수가 2배나 된다. 비결은 세 가지. 첫째는 기자 채용 시 아예 디지털을 잘 아는 기자를 채용해 온 것. 둘째는 하나의 기삿감을 기사 하나로 끝내지 않고 영상, 해설 기사, 블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로 가공하는 것. 마지막 하나는 바로 이 프로그램이다. 편집자들이나 기자 등 구성원들이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들어진 컨트롤타워 도구다. 미리 입력한 마감 시간 전에 알림이 오고, 전체 기사의 출고 현황도 파악된다.

현재 워싱턴포스트 기술진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생각하는 것은 ‘모바일에서 속도’다. 보통 빠른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로 기사가 열리는 경험을 하면 ‘클릭에 앞서 주저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믿음이다. 베저스는 “인지적 간접비용(cognitive overhead)을 줄이라”고 말하고, 이들은 속도가 가장 큰 ‘간접비용’이라고 보고 있다. 혹시 이들의 가설이 틀렸다고 결론 나더라도 이들은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실험을 하면 되니까. 베저스가 워싱턴포스트에 심어 준 것은 그런 믿음이었다.

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지난 10월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타임스와 허핑턴포스트, 버즈피드 등을 페이지뷰에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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