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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이사

입력
2016.12.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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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니 창 밖으로 알록달록한 놀이터가 보인다. 낯설고 재미난 기분이다. 초콜릿이 뿌려진 아이스크림 모양을 한 미끄럼틀과 그네와 시소, 목마가 두 개 있는 아담한 놀이터다. 정남향이면서 필로티가 있는 2층을 구하느라 나는 꽤 발품을 팔았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에게 제발 뛰지 말라니까! 매트 위에서만 놀라니까! 그렇게 소리치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필로티가 있는 2층이 필요했던 것이다. 행여 저층이라 해가 잘 안 들까봐 남향을 찾아다녔고. 다행히도 이 집을 찾았다. 게다가 창 밖으로 보이는 놀이터 너머는 그대로 숲이라 마음에 꼭 들었다. “흥, 놀이터가 눈에 보여봐. 매일매일 징징대면서 엄마, 쩌기, 놀이터! 울부짖을 걸.” 여동생의 충고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 집은 희한하게도 문간방이 안방보다 훨씬 넓었다. 나는 문간방을 내 서재방으로 쓰기로 마음먹고, 안방 맞은편 작은방을 아기에게 주기로 했지만 엄마가 전화를 붙들고 빽빽 소리를 질렀다. “뭐 이런 야마리 까진 년이 다 있나. 어떻게 애기한테 북향방을 주나. 지만 넓고 해 잘 드는 방을 쓰겠다고야? 하이고야, 드럽어라.” 아니, 나는 책이 많으니까… 변명을 해보아야 소용이 없었다. 결국 나는 아기에게 방을 빼앗기고 좁은 북향방으로 끙끙 책을 옮겼다. 북향방 창으로는 그리 예쁜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사하는 날 눈이 오면 잘 산 댔다. 어젠 가느다란 눈발이 촘촘하게 날렸으니 아마 이곳에서 꽤나 괜찮은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나는 북향방에서 원고를 쓰고 아기는 남향방에서 소꿉놀이를 하면서 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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