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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끝이 아니다

입력
2016.12.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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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 표결 방송을 지켜보다 풉풉 웃음이 터졌다. 의원들이 투표소 안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는 장면이 눈에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앞으로의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판알을 굴릴 만큼 굴렸을 저들로서는 여차하면 내놓을 마지막 히든 카드가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이것 봐, 나 정말 탄핵안 가결표 낸 사람이라니까요!” 그렇게 이 시대의 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사람인 양 생색을 내야 하니까 말이다. 스마트폰을 꺼내 투표용지만 찍어야 하는지 투표용지를 들고 얼굴이 잘 나오도록 각도를 잡아 셀카를 찍어야 하는지, 본회의장에 입장하기 전 아마 보좌관이 여러 번 설명해주었겠지만 금세 까먹고는 커튼 안에서 어리바리 했을 것이다. 자신은 국민들이 내세운 대리인이라는 사실 따위 저들은 벌써 잊고 연예인 놀이에 이제 요이땅 할 기세다. 생각만 해도 눈꼴시다.

소설가 이문열은 어느 기고문에서, 촛불집회며 언론의 보도들을 두고 대통령과 보수를 향한 “모진 찧고 까불기”라는 표현을 했다. 이 분, 진짜 못 말리겠다. 그래도 당분간 소설가 이문열의 표현을 좀 빌릴 예정이다. 국민이 명령한 가결 234표의 엄중함을 등에 업고 모질게 찧고 까불고 싶다. 두 눈 멀쩡히 뜨고 있는 국민들을 무참하게 비웃은 대통령과 비선들을 앞에 두고 아주 모질게 찧고 까불 것이다. 광장의 촛불은 계속될 터이고 여당이건 야당이건 국민의 목소리에 무임승차하려는 얄미운 정치인들을 두고 국민의 깐족거림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탄핵안 가결로서 절대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쯤 우리는 다 안다. 그들이 아무리 우리를 우습게 보아도, 우리는 다 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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