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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사용자에 지나치게 유리... 빨리 개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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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사용자에 지나치게 유리... 빨리 개정돼야”

입력
2016.12.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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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옥금 재한베트남공동체 대표는 "외국인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원옥금 재한베트남공동체 대표는 "외국인을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베트남 출신 원옥금(41)씨는 명함이 4개다. 베트남통번역상담센터 동행의 대표인 그는 재한베트남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회의 대표자로도 일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서울시가 선정한 14인의 명예시장 중 외국인을 대표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일 서울 망원동 동행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한국어가 서툰 이주여성을 위해 번역을 돕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원 대표의 주 업무는 지금도 통역이다. 과거 단순히 문자 그대로의 통역을 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사회적, 법적 맥락까지 아우른 통역을 하고 있다. 한국어를 능통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와 법률까지 잘 알고 있어 사업장이나 가정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베트남 이주민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의 전화기는 쉴새 없이 울렸고 원 대표는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써가며 도움을 구하는 손길에 응답했다. 그는 “주말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데 월요일에 출근하면 ‘통화가 안 돼 주말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화를 종종 받곤 한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베트남에서 영어통역사로 일하던 중 한국회사 현지 파견직원이었던 남편을 만나 1997년 결혼했다. 한국인이 되면서 이름도 윈억땀에서 원옥금으로 바꿨다. 남매를 낳고 단란한 가정생활을 하던 그가 베트남 이주민들을 위해 일하게 된 건 한국-베트남 가족의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면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배우자에게 쓴 편지를 번역해주다 통역만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알아보던 중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를 알게 됐고 상담을 시작했고 상담을 하다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법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고 대학에 진학했다. 한 학기를 다닌 뒤 이주여성인권센터의 제안을 받고 상담원으로 일했다.

“법을 제대로 모르니 상담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요. 한계를 느끼고 일을 그만둔 뒤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지만 법을 배우고 나니 엄청난 도움이 되더군요.”

원 대표는 직접 만나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수도권에 한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법정에서 통역하는 일이 많고 때론 사업장에 가서 노동자 대신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단순한 통역 이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라고도 했다.

원 대표는 법률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외국인 고용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고용허가제가 지나치게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파산이나 휴업, 임금체불, 폭행 등의 사유가 없다면 사용자의 동의 없이 노동자가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사유의 범위가 너무 협소해서 지나친 잔업시간으로 인한 피로누적이나 심리적 불화, 임금 문제 등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이 많아요. 3년 동안 세 번 넘게 사업장을 옮기면 불법체류가 되는 것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요인이 됩니다.”

그는 재한베트남공동체 대표로서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베트남 이주민 중 중증 질환 환자를 지원해주거나 베트남 오지 마을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그는 “베트남 이주민 중 어려운 처지에 있어서 머무를 곳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를 하나 마련하는 게 다음 목표”라고 했다.

다문화사회로 진입 중인 한국 사회가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그는 ‘이해’와 ‘평등’을 꼽았다. “아직도 많은 한국인이 외국인이라면 반말 하면서 무시하고 자기보다 낮은 사람 취급합니다. 노동자든 기혼여성이든 한국이 필요해서 온 외국인들이 많아요. 그들도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일원들이니 좀 더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고 평등하게 대해주면 좋겠습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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