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살던 집에는 다락이 있었다. 안방 벽에 붙은 작은 문짝을 당기면 가파른 계단이 있었고 그곳에 오르면 여섯 살 내가 충분히 돌아다닐 만한 천정 낮은 다락방이 나왔다. 내 발소리에 놀란 먼지들이 부우우 피어올랐고 작은 들창으로 쏟아진 햇살에 먼지들은 고스란히 몸을 들켰다. 엄마가 시집 올 때 가져왔다던 무거운 은색 궤짝을 열면 행여 내가 만질까 언니가 숨겨놓은 새 학년 교과서가 있었고 나는 그걸 몰래 훔쳐보거나 종이인형을 오리며 놀았다. 막내가 종이인형을 찢을까봐 나도 다락 구석구석에 인형을 숨겨놓았다. 궤짝 맨 아래에 깔기도 했고 여기저기 쌓인 상자들 틈바구니에 밀어 넣었다. 그러다 살풋 잠이 들면 어느 새 달그락달그락 밥상에 수저 놓는 소리가 들려왔고 엄마가 다락문을 두들겼다. “밥 먹어!” 잠이 덜 깨 다락에서 내려올 때에는 아빠가 반짝 안아주었다.

좁은 공간에 처박히는 일은 어쩌면 습관이었다. 나는 자라 어른이 되었고 혼자 살던 때엔 다락이 없어서 디귿자 주방 싱크대, 드럼세탁기 앞에 종종 쪼그려 앉았다. 세탁기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모습은 다락에서 마주쳤던 먼지들만큼이나 다정했다. 요즘은 주방 베란다가 딴생각에 빠지기 딱 좋은 곳이 되었다. 세탁기와 김치냉장고, 그리고 단호박과 감자, 마늘 등이 주렁주렁 놓인 베란다는 좁고 어두워서 가만히 쪼그려 앉으면 그리운 사람도 떠오르고 미운 사람도 떠오르고 모르는 얼굴들도 떠올랐다. 그 모르는 얼굴들은 내가 무심코 지나온 세월 속에서 한 번쯤 만난 사람일 수도 있고 내가 써야 할 소설 속 사람일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언제나 나에겐 그런 다락방이 있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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