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내거나 몰아내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 한자로는 逐出이다. 지난 3일 토요일의 촛불 집회를 보도한 미 CNN 기사 제목에 들어간 단어다. 제목은 “Protesters march for ouster(시위자들은 축출을 위해 행진한다)”였다. 축출하다란 뜻의 영어 동사는 여럿인데 그중에서도 지위ㆍ권좌ㆍ일자리에서 쫓아낸다는 뜻의 단어가 oust이며, ouster는 그 명사형이다.

한자 逐은 전서체 이후로 멧돼지(豕)를 쫓아가는(辶) 모습을 하고 있는데, 갑골문 자형은 멧돼지 혹은 사슴을 나타내는 글자 아래에 ‘그칠 지(止)’의 갑골문 형태가 놓인 모양이다. 止의 갑골문 형태는 발가락이 벌어진 발바닥 혹은 그 발바닥의 자국 모양을 본뜬 것으로서, 여기에서는 쫓아간다 혹은 쫓아가서 잡는다는 의미로 쓰인 것이라고 해석된다.

직위로부터 사람을 쫓아내는 축출과 관련된 어휘에는 여럿이 있다. 하야(下野)는 말 그대로는 권력자 내지는 고위 관리가 직위에서 내려와서 시골로 간다는 뜻인데, 조정(朝廷)이나 재조(在朝)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전근대적인 뉘앙스를 지닌 어휘다. 현대 중국 문학 작품에서 하야는 노신의 1928년 수필 “예언의 모방”과 파금의 1933년 소설 “집(家)”에서 쓰인 적이 있다.

하야란 말에 비해서, 사임 혹은 사직은 확실히 더 근대적이고 중립적이다. 사임 혹은 사직은 영어로 resignation이고 그것의 동사형 resign은 어근 sign(기호, 마크) 앞에 ‘반대’라는 뜻의 접두사 re를 붙인 것이다. 현대의 사임 성명 중에서 가장 간결한 것은 1969년 드골의 것이다. “나는 공화국 대통령의 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중지합니다. 이 결정은 오늘 정오부터 효력을 발생합니다.”

드골은 국민투표에서 지면 물러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켜 사임했다. 드골 사임 직전에 드골이 내놓은 정책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는데 여기서 드골이 진 것이다. 그런데 국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프랑스 헌법은 드골이 1972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게끔 보장하고 있었다. 드골은 국민투표에서 지면 물러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켜 사임했다. 그 국민투표에서는 겨우 프랑스 국민의 52.42%만이 반대했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축출의 특이한 형태로는 1979년 박정희 살해 사건이 있었다. 미국의 경우 링컨이나 케네디가 암살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 우리가 그것을 정치적 축출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10ㆍ26의 경우,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서 박정희가 축출된 것으로 이해된다. 오늘날 밝혀진 바에 따르면 10ㆍ26 때 김재규가 총을 발사한 동기 중에는 박근혜와 최태민과의 관계도 있었다는 것이다.

박정희 살해 사건에 대해서, 그 직후에는, 그리고 그 이후로도 상당 기간 ‘시해(弑害)’란 말이 쓰여 왔는데, ‘시해’는 ‘하야’보다도 더 전근대적인 말이다. 시(弑)란 고대 중국에서 신하가 군주를 죽이는 경우를 뜻했다. 박정희는 비록 군주처럼 군림했지만 엄밀하게 따져서는 공무원에 불과했고 김재규도 마찬가지다.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인 일에 시(弑)라는 한자어를 쓰면 바보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국가의 주권이 왕이나 군주에 있다고 인정해버리는 게 된다.

나는, 1987년 여름과 비교해서, 2016년 겨울이 훨씬 더 위대하다고 본다. 참여한 사람들의 수나 사회적, 계층적 구성에서도 그러하거니와, 단적으로 말해서, 세밑 겨울 저녁 주말에 길거리에 나온다는 것은 참으로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제 민주주의는 일상적인 것으로 되었다.

우리는 지금 직접 민주주의, 또는 참여 민주주의의 가장 극적이며 진화된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고 또 눈으로 보고 있다. 국민 절대 다수는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서 하루라도 빨리 쫓아내려고 한다. 축출의 방식과 시기에 있어서 박근혜에게 부역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부역자들은 다시 응징하면 된다. 박근혜의 즉각적 축출에 관한 국민들 절대 다수의 민주적 합의는 이루어졌고 이 합의는 박근혜를 향해 발사되었다. 즉각적 축출의 합의와 그 발사는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이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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