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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새 책장 만들기

입력
2016.12.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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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장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것도 직접. 책이 늘어날 때마다 한 짝씩 구매한 기존의 책장은 낡기도 낡았거니와 색깔도 각기 다르고, 무엇보다 선반 폭이 넓어 가뜩이나 넓지도 않은 방이 더 좁아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폭 좁은 선반들을 잔뜩 사서 직접 만들 생각이었다. 기다란 철제 찬넬 기둥을 사서 일단 벽에 나사를 박아 고정한 뒤 원하는 위치에 선반 받침대를 끼우고 그 위에 선반을 얹는 일, 그 정도야 혼자서도 뚝딱 하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은 나무 선반도 원하는 치수대로 잘라주는 인터넷 쇼핑몰도 많아서 어제는 생각난 김에 견적을 내보았다. 방 세 면을 책장으로 채우려니 선반은 총 48장이 필요했고 찬넬 기둥은 16개, 선반 받침대는 자그마치 96개가 필요했다. 삼나무는 싸지만 물러서 쓰고 싶지 않고 가문비나무나 적송나무를 사용한다면 재료비만 백만 원이 넘었다. 재료비보다 내가 더 겁을 먹은 일은 모두 368개의 나사를 내 손으로 박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냥 하하하 웃고 말았다. 이게 뭐람. 48장의 선반을 사포로 다듬고 스테인을 바르는 일, 기둥과 받침대를 몽땅 골드빛 페인트로 칠하는 일 따위는 접어두더라도 368개의 나사라니. 결국 가구 공방에 문의를 했더니 이백만 원이 넘는 견적서를 보내왔다. 나사 368개를 박는 일과 백만 원을 두고 나는 계속 고민 중이다. 친구가 혀를 쯔쯔 찼다. “장담해. 네가 그 나사 다 박으려면 한 달 걸린다.” 나라꼴이 엉망이라 광장에도 나가야 하고 원고도 써야 하고 아기도 키워야 하니 어쩌면 석 달이 걸릴 지도 모르겠다. 이러다간 낡은 책장 그대로 또 십 년을 더 살는지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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