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한 경우의 실행자를 가리킨다. 한국 형법 30조에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되어 있다. 참고로 타인의 범죄를 교사한 사람은 교사범으로,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사람은 종범으로 규정한다. 교사범은 정범과 동일하게, 종범은 감형하여 처벌한다.

검찰 안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범죄 혐의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통령 박근혜가 이 사건의 공동 정범이며 아울러 박근혜의 법적 신분은 피의자라고 밝혔다. 그런데 헌법 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는 없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전까지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헌법 84조의 불소추 특권에서 말하는 ‘소추’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그 동안 논쟁이 되어 왔다. 내란ㆍ외환의 죄 외에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게 헌법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다. 하지만 ‘소추’가 ‘기소’만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 상태로 조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번에 검찰이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것은 불소추 특권에서의 소추란 기소만을 가리킨다는 입장을 검찰이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는 박근혜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나는 주장한다. 박근혜는 애당초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는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보통 피의자가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경우 강제로 조사한다. 지난 18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검찰은 즉각 법원에서 구인장을 발부받아 대통령을 강제 구인해 검찰이 판단한 적합한 시한 내에 대통령을 수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런 취지에서다.

구속 수사가 필요한가를 따지는 데에서는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주된 쟁점이다. 박근혜의 경우 도주 우려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행태로 봐서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아주 크다. 모든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중대한 범죄 혐의와 관련해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피의자 박근혜는 구속해서 수사해야 한다고 나는 주장한다.

물론 헌법에서 정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여전히 쟁점이 될 수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문제는 박근혜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했는가의 여부인데, 이것은 조사를 해 봐야 아는 일이다. 조사 이전에 범했다, 혹은 범하지 않았다고 미리 단정지을 일이 아니다. 검찰로서는 중대 범죄의 증거가 인멸되기 전에 충분히 조사를 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좁은 의미의 법리적 해석이나 논쟁에 우리가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모든 법적 규정, 절차, 판결, 행위 등은 기본적으로 헌법 위에서만,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헌법을 만든 국민들의 집합적 정치 의사 위에서만 기능하고 작동한다.

그런데 왜 대통령은 재직 중 소추되지 않는다고 헌법에서 규정했을까. 이는 대통령이 재직 중 설령 범죄에 연루되었더라도 하더라도 직무를 수행하는 데는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대통령 직무 수행에 심각한 장애나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것이 헌정 질서의 유지에 있어서 핵심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박근혜 스스로가 헌정 질서를 계속해서 위태롭게 만드는 일들을 저지르고 있다. 조사를 받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가 조사를 거부하고 있고,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했다가 이제는 뻔뻔스럽게 그 요청을 철회했다. 며칠 전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스스로가 헌정 질서를 계속해서 위태롭게 만드는 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의미가 없어진다. 논리적으로 볼 때,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헌정 질서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 조사 결과 박근혜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했다고 밝혀지면 바로 기소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나머지 죄에 대해서 나중에 가서 기소하면 된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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