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생활의 꽃 ‘장거리’
해피엔딩 위한 핵심 노하우
청원DMZ랠리 등 올해 5개 대회에서 우승한 동호인 김미소(26)씨가 숲 속을 달리고 있다. 장거리 라이딩의 즐거움은 한번 경험하면 잊기 어렵다.

추워지는데 시국마저 어지럽다. 영화 뺨치는 현실에 페달을 밟을 마음을 잃었다면 5분만 투자해 이 기사를 읽어보자. 동네만 맴도는 자전거 왕초보를 위해 장거리 라이딩 핵심 노하우 10가지를 정리했다.

무엇이 장거리 라이딩인가

여름철 대유행에 로드자전거는 마련했는데 여태 붐비는 도심 자전거도로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수두룩하다. 레스토랑 가서 빵만 먹고 있는 셈이다. 동호인 최준엽(30)씨는 “마음껏 달려보지 못했다면 자전거의 참 맛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음껏, 빨리, 멀리 달리는 것이 장거리 라이딩의 핵심이다. 도심에선 어림 없는 일. 그래서 많은 로드 동호인이 주말이면 근교로 떠난다. 마주치는 차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지방도로가 수두룩하다. 무리를 짓거나 40km씩 속도를 내도 안전하다. 60~140km를 달리는 내내 다채로운 풍경과 오르막과 내리막이 펼쳐진다. 장거리의 첫 경험은 서울 한강, 부산 온천천은 시시하게 보일 정도로 강렬하다.

웃으며 돌아오려면

마음만 품고 떠났다가는 한밤중 남양주 어느 산길에서 가족에게 “길 잃고 배고프니 데리러 오라”고 SOS를 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즐겁고 안전한 장거리 라이딩을 위한 노하우를 모아 봤다.

1. 돌아올 거리까지 생각을

자력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거리부터 도전하라. 대중교통과 맞닿은 코스가 이상적이다. 서울-춘천 자전거길이 대표적. 자전거도로지만 교통량이 적고 여차하면 경춘선을 잡아탄다. 서울-안양을 잇는 ‘하트코스’ 역시 유명하다. 자신감이 붙으면 서울 동쪽 다섯 고개를 연결한‘동부오고개’에 도전해 보자. 경의중앙선 양수역이 시작점인데 곳곳에 출발지로 돌아가는 갈림길이 있다. (▶수도권 추천 코스 https://goo.gl/6ez2XV)

2. 커뮤니티에서 코스 확인을

선배(?)들이 상주하는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자. 자전거로출근하는사람들(자출사) 등 대형 커뮤니티에는 코스소개와 주의사항이 자주 올라온다. 장마에 모래가 흩뿌려져 있다, 도로포장공사 중이라 지나기 어렵다 등등. 기본 코스는 포털 지도로 짜더라도 실제 노면 상태를 확인하고 떠나야 안전하다.

3. 현금은 필수아이템

근교에는 카드리더기가 없는 구멍가게가 흔하다. 물이나 간식은 중간에 사면 된다고 편하게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좋다.

4. 공기압-브레이크 점검은 필수

공기압이 충분하지 않으면 펑크가 난다. 타이어 속 튜브가 노면의 충격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 반드시 출발 직전에 타이어 겉면에 인쇄된 적정 공기압을 확인하고 바람을 넣자. 브레이크의 팔이 테 양면을 정확히 잡는지도 살펴야 한다. 로드자전거에 널리 쓰이는 캘리퍼 브레이크의 경우, 브레이크 옆면의 작은 레버가 열려 있으면 제동력이 급감하는 경우가 많다. 레버가 열린 채로 내리막에 접어들면 사고를 당하기 십상이다.

새내기 자전거 동호인이 남산을 오르고 있다. 자전거 전용 의류 대신 운동화에 반바지, 운동용 재킷을 입었지만 충분히 즐겁다.
5. 가벼운 겉옷 챙겨야

방풍·방수기능이 있으면서 얇고 가벼운 제품이 좋다. 아주 작게 접히는 자전거/등산용 제품 따위다. 맞바람만 막아도 땀이 비처럼 흐른다. 요즘 SPA브랜드마다 내놓은 방한조끼로 무장하면 초겨울까지도 거뜬하다. 무릎이 시릴 땐 대형마트에서 만원이면 구하는 운동용 타이즈를 걸치면 그만. 물론 모든 것은 조금 편하게 타려는 노력일 뿐, 따뜻하고 가벼우면 무엇을 입어도 문제없다. 벌레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데는 스포츠용 고글이 도움이 된다.

안장용 대형가방에 넣기 전 간식과 미니펌프, 펑크수리도구, 고글 등의 물건을 나열해 보았다. 짐을 많이 챙길수록 돌발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다만 힘들 뿐이다.
6. 보급식도 필수

열량이 높고 소화가 빠른 간식이면 무엇이든 좋다. 낱개 포장이 쉬운 양갱(단팥묵), 바나나, 초콜릿바가 인기가 높은데 이들을 ‘보급식’이라 부른다. 초보자는 대략 20km마다 보급식을 먹어 힘을 보충하자. 그렇지 않으면 봉크(bonk)에 빠진다, 봉크는 ‘벽에 부딪힌다’는 뜻으로 운동 중 만나는 갑작스러운 피로 등의 현상을 말한다. 달리는 동안 우리 몸은 간과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꺼내 쓴다. 문제는 연료가 바닥나고서야 그 사실을 안다는 것. 위키피디아에는 봉크를 막으려면 운동 전이나 중간에 탄수화물이 풍부한 물질을 섭취하거나 마시면서 포도당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신나게 달리다가 갑자기 피곤해지고 한 발짝도 내딛기 싫어지게 되는 봉키의 증상을 설명한 일러스트. Competitor.com
7. 펑크 대비는 이중삼중

펑크를 수리도구는 언제든 챙겨야 한다. 패치세트와 튜브, 미니펌프 세 가지면 충분하다. 패치는 구멍을 막는 작은 스티커다. 한 튜브에 몇 번씩 구멍이 나도 수리에 문제 없다. 다만 패치보다 튜브를 여럿 챙기는 편이 고생을 던다. 현장에서 패치 쓰기가 늘 쉬운 일은 아닌 탓이다. 어두운 밤이라면 구멍을 찾는 데만 수십 분씩 허비하기 일쑤다. 여분의 튜브가 있다면 통째로 교체하면 그만이다. (▶펑크 원인과 수리법 https://goo.gl/jouMjp)

8. 전조등·후미등은 건전지 방식으로

멀리 갈수록 전지방식 전조등·후미등이 유용하다. 불빛이 약해지면 새 전지로 갈아끼우면 끝이다. 충전식 역시 외장 배터리가 있지만 자전거 몸체에 주렁주렁 달고 다녀야 해서 거추장스럽다.

9. 배낭 대신 자전거용 가방준비

등에 매는 가방은 피하는 편이 낫다. 허리와 어깨가 금방 피로해지는 탓이다. 처음엔 그럭저럭 버틸지 몰라도, 서너 시간 뒤에는 안장 위에서 트위스트 춤을 추는 자신을 발견하기 마련이다. 통증을 줄여보려고 이리저리 몸을 비틀다 보면 라이딩 자체가 고통스럽다.

해서 시중에는 다양한 자전거용 가방이 나와 있다. 핸들에 거는 주먹만한 가방부터, 안장 뒤에 늘어뜨리는 20리터 너비의 대형가방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10리터 안팎이면 2, 3일 국토종주도 무리가 없다.

등에 매는 배낭보단 자전거에 붙이는 게 낫다. 꼭 유명 브랜드 제품을 쓸 필요는 없다. 자전거용품 전문브랜드 APIDURA 홈페이지 캡처
10. 자주 쉬어야 멀리 간다

장거리 경험이 적을수록 자주 쉬어야 한다. 1시간 30분마다 10분씩 자전거에서 내리는 식이다. 일정을 무리하게 짜고, 욕심을 내다가 봉크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10분 일찍 가려다 완주에 실패하는 셈이다. 또 초행길인만큼 내리막에서는 서행해야 한다. 한 동호인은 넘어져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보자마자 “이화령(문경새재)에서 넘어지셨죠?” 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만큼 내리막 속도감에 정신이 팔린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지방도는 파손된 부분이 많아서 노면 상태 역시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

10. 함께할수록 즐겁다

라이딩은 함께할수록 더 즐겁다. 힘겨워 주저앉고 싶은 순간, 동료가 건네는 응원은 어떤 피로회복제보다 달콤하다. 먼저 정상에 오른 동료가 기다려주기만 해도 힘이 솟는다. 기자의 상상이 아니다. 기러기처럼 대열을 이뤄 공기를 찢으면 뒷사람은 힘이 30% 가까이 덜 든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만 5개 대회 여자부 1위를 차지한 베테랑 동호인 김미소(26)씨가 남긴 말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죠. 함께 가면 멀리 간답니다.”

올 여름 기자(가운데)와 지인들이 38선을 지나며 찍은 기념 사진. 라이딩은 역시 혼자 보다는 여럿이 나은 것 같다. 사진 찍기도 편하지 않나.

김민호기자 kimon8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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