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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허핑턴포스트는 선거 당일인 11월 8일 새벽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 확률을 98%로 예측했다. 허핑턴포스트 사이트 캡쳐

미국 대선 당일인 8일 새벽, 대부분의 유수 언론사들은 70~90%의 확률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로이터는 입소스와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승리 확률을 90%로 예측했다. 뉴욕타임스의 선거분석모델 ‘업샷(upshot)’도 84% 확률로 클린턴의 승리를 예측했고, 허핑턴포스트의 승리 확률은 무려 98%였다. 저명한 데이터 분석가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파이브서티에잇’ 역시 71.8%의 확률로 클린턴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트럼프가 경합주 10곳 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이 걸려 있는 플로리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7개 주에서 승리하면서 완승을 거뒀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발표하는 RCP의 여론조사 추이. 마지막 토론 때만 해도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컸으나, 선거 직전 FBI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하자 급격하게 좁혀진 것을 볼 수 있다. 선거 직전에는 2%포인트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까? 많은 이들이 ‘여론조사의 실패’를 거론한다. 실제로 여론조사 방법상 문제가 제기될 만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책임을 여론조사에만 돌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생각이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산출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지지율 추이를 보면 선거 직전 2~3%포인트 차로 클린턴의 지지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서두에 언급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도 지지율 차이는 3%포인트였다. 실제 개표 결과 총득표수는 47.9%(클린턴) 대 47.2%(트럼프)로 근소하게 클린턴이 앞섰다. 즉 실제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의 지지율은 2~3%포인트 차이였다.

딱 하나, 트럼프의 지지율이 클린턴보다 높은 것으로 나온 여론조사도 있다. LA타임스와 USC의 이 조사는 최종적으로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3%포인트 앞선다고 나왔다. 그러나 이 여론조사 역시 실 득표수는 오히려 클린턴이 앞섰다는 점과 배치된다.

LA타임스-USC 공동 여론조사 추이. 최종적으로 트럼프의 지지율(46.8%)이 클린턴(43.6%)을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갑자기 2~3%포인트대로 좁혀진 것은 FBI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는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오차 범위 이내라면 수치 상으로 앞섰더라도 “앞선다”고 보도하면 안 된다. 경합주 여론조사는 더 박빙이었다. 분명 여론조사만으로는 클린턴의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언론사였다. 독자나 시청자에게 여론조사의 한계를 주지시키지 않고, 과감하게 80~90% 승리를 예측한 것이 바로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이다. 게다가 이렇게 대부분의 언론이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함으로써, 어차피 트럼프를 막기 위한 ‘차악’ 정도의 투표 의지만 가졌던 클린턴 지지자들에게 굳이 직접 투표장에 가지 않아도 이긴다는 심리를 부추겼다는 추측도 나온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잘못된 예측이 실제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준 사례가 될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한국 상황에서 세계적인 언론사들의 미국 대선 예측 실패는 우리 언론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내년 대선, 확실한 후보가 결정되기까지 분명 오차 범위 내에서 지지율 변동이 극심하게 이뤄질 것이다. 여야 후보가 결정된 후에도 정파적 쏠림 현상이 극명한 한국 상황에서 오차 범위 이내 접전이 계속된다면, 선거 결과에 따라 또다시 여론조사의 실패가 거론되고 미디어는 반성문을 쓰게 될 것이다. 언론이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선 당장 누가 앞섰다고 속보를 쓰는 것보다 정확하고 신중한 보도 태도가 필요하다.

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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