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문학상 후보작] 최은미 ‘목련정전’

한국일보문학상 후보에 오른 ‘목련정전’의 최은미 작가. 전창훈 제공

최은미의 두 번째 소설집에는 생물학적 곤경에 빠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남자는 남자라는 이유로, 여자는 여자라는 이유로 고통에 시달리지만 구원은 요원하다.

평론가 김형중이 해설에서 지적하듯 “최은미의 소설 속에서 남성은 수성에 굶주린 수컷이고, 여성은 새끼를 낳는 암컷이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도륙하고 살해당한다. 생물학적으로 인류는 지옥을 살도록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고통의 양상은 같지 않다. 서로의 육체를 갈망하여 생식행위를 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었지만 남자들은 행위의 결과물엔 별 관심이 없다. 대신 생식기관을 뒤덮은 곰팡이 균사체에 괴로워하고, “사타구니 냄새와 머리털 냄새와 손바닥 냄새를 합쳐놓은 것 같은” 다른 수컷의 강렬한 냄새에 움츠러들며, 부족한 생식능력을 벌충이라도 하듯 최고의 유전형질을 물려받은 씨수소의 정액에 집착하거나(“내 정액 어디 있냐고!”) 뾰족한 꼬챙이로 땅을 쑤셔대면서 남자들은 저마다의 지옥을 향해 걸어간다.

생식 행위의 결과물을 떠안은 여자들은 지옥을 산다. 제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다른 아이들을 죽이는 것도, 자식을 되찾기 위해 삼도천을 건너는 것도, 나뭇가지에 목이 매달려 죽어가는 자식을 꼼짝없이 바라보는 것도, 심지어 제 손으로 자식의 목을 조르는 것까지 모두 여자들의 몫이다. 자위벽이 있는 여섯 살 딸아이를 보며 생식기관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겪어야 했고 앞으로도 겪어야 할 고통들을 보는 엄마는 바닥을 치며 울부짖는다. “그러니까 몸이 왜 그렇게 생겨먹은 거냐고. 왜 그렇게 생겨먹은 건데에에에에에에.”

여기 하나의 답이 있다. 아이를 낳자마자 정체불명의 산후조리원에 납치된 산부들이 거실에 둘러앉아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다. “태양이 내리쬐는 끝도 없는 관목 지대를 사막코끼리 떼가 이동하고 있었다. 물과 먹이를 찾아서, 번식을 위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죽을 때까지 움직였다. 갓 출산한 암컷의 냄새를 발정기로 착각해 덤불숲으로 몰아가는 수컷과 무리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쓰러진 새끼를 버리고 가는 암컷. 채널을 돌리면 해변에 뒤덮인 수만 마리의 해파리 사체와 도로 위로 올라와 집단 자살하는 지렁이 떼가 나왔다. 그 모든 것들과 마주하면서 여자들은 쉬지 않고 젖을 짰다.”

하지만 그건 충분한 답이 못 된다. 인간은 동물이지만 자연은 지옥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옥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동물적인 면이 아니라 인간의 인간적인 면이다. 언어를 사용하여 사고하고 관계를 맺고 사회를 이루는 능력 같은 것. 문제가 그것이라면 구원이 존재할 리 없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로 지옥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음, 어쩐지 함정에 빠진 기분이다.

그렇다고 너무 놀랄 필요는 없다. 이것은 (물론)소설이고 최은미는 자신의 인물들을 세심하게 설계한 지옥으로 밀어 넣고 관찰하기를 즐기는 조금은 심술궂은 소설가다. 그렇지만 너무 안심해도 안 된다. ‘목련정전’에 실린 아홉 개의 단편에 육박하는 현실의 지옥들을 우리는 이미 몇 번인가 목격한 바 있다. 바로 여기, 21세기의 한국에서. 최은미가 그리는 지옥이 충격적이라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금정연 서평가

작가 약력

1978년 강원 인제에서 태어나 2008년 현대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울고 간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4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고, 2014년과 2015년에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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