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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칼럼] 중국 거품, 걱정보다는 덜해

입력
2016.1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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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노동력과 수출, 경제개혁의 결과

공급과잉에 풍부한 유동성이 더해져

외환보유고와 관리경제체제가 버팀목

중국 지도부는 최근 통화정책 우선순위가 자산 거품과 그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위험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후 중국 정부와 은행들은 부동산 관련 대출과 주택매매에 고삐를 죄는 일련의 조치를 시행했다.

중국의 거품이 적절히 관리되지 못하면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십상이다. 특히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이자, 중국 관광객 특수를 크게 누리고 있는 한국은 심각한 타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국가부채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의 154%에서 최근 260%까지 치솟았다. 중국 정부는 막대한 부채를 가동해 성장률 목표를 달성했고, 재정난에 빠진 국영기업 자금 지원에 썼다. 2007년 이래 중국의 통화 공급량은 4배로 불어났다. 막대한 중국 내 유동성은 결국 증시와 채권, 원자재, 골동품 등에 유입됐다. 지난해 중국 은행들의 주택 관련 가계대출 총액은 두 배로 급증했다. 은행과 비금융회사들, 각종 투자펀드와 개인들은 너도나도 고수익을 겨냥한 고위험 벤처 투자에 나섰다.

좋은 시절은 오래 가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현재 성장 촉진과 거품 방지 사이의 정책적 경계선을 걸어가고 있다. 2008년 리먼 사태처럼 거품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그리고 애써 축적한 개인자산의 붕괴를 일으킨다. 2015년 상하이 증시 폭락은 거래소 시가총액의 43%, 약 5조달러를 날려 버렸다. 중국 거품이 붕괴하면 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거품은 보통 활황과 더불어 발생한다. 과거 대공황 직전의 미국 경제 거품은 자동차와 라디오, 가전제품의 대량 보급과 함께 형성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일본의 거품은 가전기술과 제조업 혁신에 따른 융성으로부터 비롯됐다. 중국의 거품은 값싼 노동력과 수출, 그리고 중국을 가난으로부터 건져낸 성공적 경제개혁과 현대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과거의 모든 거품엔 하나의 공통적 현상이 있다. 통화당국이 지속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거품 형성을 용인하는 것이다.

중국 거품은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때 정부가 공공 인프라, 주택, 농촌개발 및 재건에 5,860억달러의 막대한 경기진작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경기진작 예산의 상당액이 국영기업으로 흘러 들었다. 너무 많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과 유화공장이 건설되면서 공급 과잉에 직면했다. 지난 15년간 중국에서 생산된 시멘트의 양은 미국이 지난 100년 간 소비한 전체 시멘트 양보다도 많다.

부동산 역시 경기 진작책의 덕을 톡톡히 봤다. 70개 중 64개 도시의 주택가격이 1년 전에 비해 치솟았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는 40% 이상까지 올랐다. 주민도 없이 건물만 을씨년스러운 유령 도시들이 중국 전역 곳곳에 등장했다. 경제성장의 40% 정도가 건설과 부동산 경기에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정부는 성장률이 목표치에 미달하자 다시 돈을 풀었다. 국영기업과 가계는 새로 찍어낸 돈을 공급받았다.

이처럼 돈줄을 풀고 죄는 식의 반복적 경기대책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거품을 영구화할 위험이 있다. 중국의 비교우위 중 하나는 값싼 노동력이다. 하지만 지금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인도나 방글라데시 등지의 임금이 더 싸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갈수록 중국의 수출품 가격은 올라가고 경쟁력은 떨어진다. 수출이 가라앉으면 중국의 경제 성장도 약화한다. 인구 상황도 문제다. 고령화가 진행되어 노동력이 위축되면 장기 잠재 성장력은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은 부자 나라가 되기 전에 늙어 버릴 수 있다.

다행인 건 중국 부채 대부분이 대외 채무가 아닌, 위안화 부채, 곧 국내 채무라는 사실이다. 또한 쉽게 빠져나가는 단기 채무 역시 많지 않다. 중국 정부가 보유한 3조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은 거품 붕괴 시 충분히 대처할 만한 수준이다. 중국은 시장경제가 아닌, 일종의 관리경제체제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자국 경제의 파국을 막을 수많은 지렛대를 갖고 있다.

/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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