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굽타가문, 주마 대통령과 유착해 장관인사 등 개입 정황

주마 대통령-굽타家 유착 의혹
장관 임명 관여 정황 등 드러나
여당 일부까지 하야 요구 시위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주마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유니온빌딩 앞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쏘자 이를 피하려다 넘어지고 있다. 프레토리아=로이터 연합뉴스

부패 스캔들과 경제위기로 임기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비선실세’의혹에 휩싸였다. 독립 감찰기구인 국민권익보호원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주마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인도계 재벌 굽타 일가가 장관 임명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도 프레토리아에서는 야당과 시민은 물론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내 일부 인사마저 반정부 집회에 참여해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공개된 국민권익보호원의 보고서에는 주마 대통령과 굽타 일가의 유착관계가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굽타 일가는 요하네스버그시 색슨월드구에 있는 호화 저택에서 차기 재정부장관 후보자인 음케비시 조나스 재정부차관을 ‘접견’했다. 조나스 차관의 증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굽타 일가의 수장 아제이 굽타는 “이미 우리 일가는 60억랜드(약 5,000억원)를 정부로부터 벌어들였고 수익을 80억랜드까지 올리고자 한다. 장관을 만들어 주겠다”며 조나스 차관에게도 비자금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보고서는 지난해 재정장관에 임명됐다 4일만에 사퇴한 데이비드 반 루옌이 임명 직전 색슨월드 저택을 자주 드나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권익보호원은 모세벤지 즈와네 광업장관이 굽타 일가 소유 광산업체 ‘테게타’의 광산 매입 계약을 지원한 정황과 국영 발전기업 에스콤이 테게타에 수주 특혜를 준 정황 등도 포착했다. 주마 대통령의 아들 두두자네 주마가 테게타에서 고위직으로 일한 바 있기 때문에 비판론자들은 주마와 굽타 두 가문이 사실상 하나라는 의미로 ‘줍타’로 불렀다. 국민권익보호원은 정부에 독립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달간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그 내용을 밝히라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술리 마돈셀라 전 국민권익보호관이 지난달 퇴임 직전 작성한 ‘최후의 보고서’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명성이 높은 마돈셀라 전 보호관은 주마 대통령의 고향 은칸들라 호화 사저 건설 의혹을 밝혀내 주마 대통령이 자산 일부를 국고에 환수하도록 하는 등 주마 대통령을 철저히 견제해 왔다. 주마 대통령은 이 보고서의 공개를 막기 위해 소송을 걸었으나 이날 여론의 압력으로 취하했다.

굽타 가문과 주마 대통령은 모두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수도 프레토리아에서는 반정부 시위대 수천명이 주마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유니온빌딩으로 행진했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해산을 시도했다. ‘남아공을 구하라’라는 이름 아래 모인 사회원로와 종교지도자ㆍ경영자ㆍ시민운동가 등은 2일 프레토리아에서 집회를 열고 “주마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한 현재 혼란을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집회에는 여당 ANC내 ‘개혁파’ 인사도 참여, 여당 내 ‘친(親)주마 대 비(非)주마’ 내분이 격화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양대 야당인 시장자유주의 성향 민주동맹(DA)과 좌파 성향 경제자유전사(EFF)당도 별도의 집회를 열어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ANC의 지도자였던 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설립한 넬슨만델라재단은 “개인적 이익을 추구해 정치를 혼란에 빠트렸다”며 주마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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