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간단한 질문이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법이다. 최근 누가 내게 간단한 질문을 던졌는데 깊은 생각에 빠져버렸다. “외국 사람이 한국에 살면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사실 서울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서 한국에서 처음 적응할 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한국에 온 사람들과 자주 이야기하고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많이 있다. 물론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또 어떤 나라에서 왔는지에 따라 느낌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각각 다른 나라에서 왔더라도 한국에서 공통으로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음식문화가 적응하기 어려운가. 내 생각은 대부분 꼭 그렇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대학 시절 러시아에 살면서 매일 러시아 음식을 먹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한식은 좀 더 건강하고 무겁지 않은 느낌이 있어서 매일 먹어도 거부반응이 없다. 대부분 외국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길거리에 많은 사람, 꽉 막힌 도로, 개인적 공간이 비교적 부족하다는 것이 적응하기 어려운가. 아마도 시골에서 자라온 사람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한국어는 어떤가. 확실히 한국말은 굉장히 어려운 언어고 한국어를 모른 상태에서 한국에 산다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좀 더 예민해지고 주변사람에게 신뢰를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외국 사람들이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한국의 ‘일 문화’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힘겨워하는 사람을 만나보면 결국은 일 문제였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한 사람들인 것 같다.

물론 모든 나라에서 직업은 개인적인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에서 느낀 것은 일에 있어서 사람들이 굉장히 열성적이라는 것이다. 긴 근무시간, 퇴근 이후에도 이어지는 업무, 회식문화 등을 봤을 때 다른 나라보다 엄청나게 힘든 근무환경이다. 게다가 회사 내의 아주 엄격한 서열 때문에 외국사람은 사소한 문제에서도 문화충돌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직업이라는 것은 회사와 한 개인 사이의 관계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평균적으로 회사와 개인과의 관계는 한국보다 좀 더 평등하다. 미국에도 회사를 위해 어느 정도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분위기가 좀더 극단적이다. 6시 이후에도 추가 수당도 없이 회사에서 남아야 하는 것은, 회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직언의 개인 생활은 존중해주지 않겠다는 메시지이다. 미국과 유럽의 평등한 관계에서 일하던 사람이 한국의 직장 관계에 놓이게 되면 누구라도 적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인 나에게도 어려운 문제이지만,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힘든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 사람들도 평등한 관계를 원하지만 오래 유지된 사회문화가 그렇게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이 두 개 있다. 첫째는 “성격이 유연성 있는 편인가”이다. 왜냐면 어떤 나라에 가더라도 유연성과 오픈 마인드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질문은 “어떤 일을 할 것인가”이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가, 한국에서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필자에게 20년 동안 살 수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해 무엇이 좋으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한다. “한국 사회의 에너지를 좋아한다. 한국영화도 좋아하고 카페문화, 한국 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프리랜서로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의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다.” 그 일을 찾지 못했으면 어쩌면 필자는 지금 한국에 없을지도 모른다.

달시 파켓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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