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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바라 보지 못한 너… 박 대통령의 ‘피켓의 추억’

입력
2016.10.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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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나갈 때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이 본청 2층 정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4.10.29 배우한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와 함께 나갈 때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이 본청 2층 정문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4.10.29 배우한기자

피켓은 우리 현대사의 주요 이슈 현장에 등장했다. 학생과 노동자, 농민, 정치인 할 것 없이 자신의 주장과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피켓을 들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하는 경우도 있지만 규탄 대상 또는 의혹 당사자 앞에서 피켓을 들이대기도 한다. 특히, 그 대상이 거물급일 수록 피켓과의 극적인 만남은 카메라에 포착돼 역사적 장면으로 남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독 피켓과 인연이 많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은 스스로 ‘국회를 존중하고 소통을 중시하는 의지’라고 강조한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 때마다 피켓과 마주쳤다. 그 짧지만 강렬한 만남은 매번 대통령의 외면으로 끝이 났다. 국민적 합의와 소통이 절실한 사안마다 불통과 밀어붙이기로 일관해 온 그의 통치 스타일이 피켓 들이대기를 자초한 것은 아닐까. 박 대통령과 피켓의 결정적 조우, 그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2013년 11월 18일 취임 첫 시정연설에서 박 대통령이 마주친 피켓은 ‘정당 해산 철회’였다. 당시 김선동, 김재연 등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삭발을 하고 마스크를 쓴 채 진보당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같은 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 기소와 정부의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반발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시정연설을 마쳤고 통합진보당은 이듬해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해체됐다.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 도중 '정당해산철회'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13.11.18 오대근기자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 도중 '정당해산철회'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13.11.18 오대근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뒤 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뒤쪽으로 세월호 유가족대표들이 피켓을 들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14.10.29 홍인기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뒤 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뒤쪽으로 세월호 유가족대표들이 피켓을 들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14.10.29 홍인기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의 배웅을 받으며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14.10.29 홍인기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의 배웅을 받으며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14.10.29 홍인기기자

2014년 10월 29일 두 번째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박 대통령은 노란색 피켓과 조우한다. ‘세월호의 진실 못 밝히나요? 안 밝히나요?’ 대통령은 국회 본관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세월호 유가족을 외면한 것은 물론 연설 내용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 애들을 살려 주세요’라는 유가족의 외침을 외면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유가족뿐 아니라 진실규명에 목마른 국민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지난해 10월 27일 세 번째 예산안 시정연설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선 이전에 비해 훨씬 많은 피켓이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정국을 휩쓸던 당시 정의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박 대통령의 동선인 국회 본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본회의장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각자의 노트북에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우선’이라고 쓴 피켓을 붙였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당 의원들이 피켓 철회를 요구하면서 이 날 시정연설은 15분 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퇴장하는 동안에도 기립하지 않고 앉은 채로 항의 시위를 이어 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5.10.27 고영권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5.10.27 고영권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끝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등 지도부의 안내를 받은며 퇴장하고 있다. 뒤쪽에서 정의당 의원단이 국정화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5.10.27 고영권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끝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등 지도부의 안내를 받은며 퇴장하고 있다. 뒤쪽에서 정의당 의원단이 국정화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5.10.27 고영권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무소속 김종훈 의원과 윤종오 의원이 '백남기 농민 부검 대신 사과!' '#나와라_최순실'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고영권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무소속 김종훈 의원과 윤종오 의원이 '백남기 농민 부검 대신 사과!' '#나와라_최순실'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고영권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박대통령 뒷편으로 울산출신 무소속 김종훈, 윤종오 의원이 ‘#나와라_최순실'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오대근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박대통령 뒷편으로 울산출신 무소속 김종훈, 윤종오 의원이 ‘#나와라_최순실'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오대근기자

올해 예산안 시정연설은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열렸고 피켓은 또 어김 없이 등장했다. 야당 및 무소속 의원들이 ‘#그런데 비선실세는?’ ‘비리게이트 규명’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고 박 대통령은 ‘#나와라_최순실’이라는 피켓을 눈 앞에 둔 채 개헌 추진을 선언했다. 결국 하루 만에 대통령 스스로 의혹을 시인하고 또 다른 의혹들마저 꼬리를 물고 불거지면서 사진 속 이 순간은 또 하나의 결정적 장면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운영과 예산편성에 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정운영과 예산편성에 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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