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기자의 TV다시보기]

조우종 아나운서는 지난 2014년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쇼오락부문 최고 엔터테이너상을 수상한 뒤 “끝까지 남아 KBS 사장이 돼 연예인들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올라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KBS 제공

최근 조우종(40) 아나운서가 10년 이상 근무한 KBS를 떠나 방송인 유재석과 정형돈, 인기 걸그룹 AOA 등이 포진한 FNC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었다. 예능 스포츠 교양 등 KBS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며 간판 아나운서라는 호칭을 얻은 그이기에 아쉬워하는 시청자들도 많다. 하지만 그의 퇴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꼭 곱지만은 않다. 그가 2014년 12월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쇼오락부문 최고엔터테이너상을 수상하면서 밝힌 소감 때문이다.

조 아나운서는 당시 “이영표 해설위원이 제가 2년 안에 프리(랜서)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오기로라도 남아 있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석준, 전현무 아나운서가 다 나갔는데 저는 끝까지 남아 KBS 사장이 돼 연예인들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올라가겠다”고까지 했다. 연예대상 시상식 자리에 어울리는 농담 깃든 소감이라 하더라도 공영방송의 아나운서라는 직분을 간과했다.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을 통해 지켜보는 시상식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호기롭게 장담할 필요는 없었다.

KBS에 대한 조 아나운서의 ‘충성심’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났다. 2014년 연예대상 시상식 직전 조대현 당시 KBS 사장이 개최한 ‘2015년 대개편 설명회’에서 그는 KBS 대변인을 자청했다. 종합편성(종편) 채널과 케이블 방송의 전유물이던 ‘집단 토크’ 방송이 신규 프로그램 22편 중 3분의 1이나 되는 설명회였다. “KBS만의 색깔이 보이지 않는다. 종편과 케이블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KBS의 한 임원이 답한 뒤 조 아나운서가 갑자기 마이크를 들었다. 행사 큐시트에는 없던 돌발 행동이었다. 그는 “개편안을 보시면 KBS만의 색깔이 있다는 것을 아실 것”이라며 “그런 방송(종편)의 영향을 받아서 변화하는 게 아니다. 공영방송으로서 KBS를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의 발언에 만족한 당시 KBS 홍보부장은 “멘트 좋았어!”라며 조 아나운서에게 다가가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하지만 조 아나운서는 이제 프리랜서가 됐으니 “그런 방송”에도 출연하고 “KBS만의 색깔”을 벗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KBS 아나운서는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공영방송 아나운서로서 바르고 옳은 말을 전달해야 하고 말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권보다 의무에 더 큰 부등호가 가는 위치다. 프리랜서를 선언한 KBS 아나운서들이 ‘KBS 프리미엄’에 웃다가도 우는 경우가 허다한 이유다.

아나운서 등 방송인은 신뢰를 한 번 잃으면 회복이 매우 어려운 직업이다. 조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를 선언한 즈음에 2년 전 발언이 다시금 회자되는 건 그의 직업 때문이지 않을까. 아나운서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사례가 하나 더 생겼다.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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