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학 및 한의학에서 인간의 내장 전체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오장이란 간 심장 폐 콩팥을, 육부란 쓸개 작은창자 위 큰창자 오줌보 삼초를 가리킨다. 오장육부가 최초로 언급된 책은 중국 고대 의학서인 ‘황제내경’의 ‘소문’(素問)이다. 육부의 삼초(三焦)는 해부학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적 기관이다.

한국 정치판에서는 권력형 비리와 관련해서 오래전부터 ‘깃털-몸통’ 논란이 있었다. 대개 비리의 몸통은 처벌되지 않고 깃털만 처벌되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언론 보도에 의하면, 어느 청와대 내부 관계자가 “문고리 3인방은 생살이고, 최순실이 오장육부”이며 “생살은 피가 나도 도려낼 수 있지만 오장육부에는 목숨이 달려 있다”고 폭로했다고 한다.

‘황제내경’에서 간 심장 비장 폐 콩팥은 각기 목 화 토 금 수의 오행에 배당되어 있고, 육부도 삼초를 빼고 각기 순서대로 오행에 배당되어 있다. 고대 중국에서 오장과 오행 사이의 배당 관계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황제내경’은 ‘금문상서’를 따른다. 음양오행설은 서구로 치면 ‘4원소설’에 상응하는 추상 수준을 갖는다. 반면 오늘날의 주기율표는 172번의 원소까지를 포함한다.

근대 해부학에서는 인간의 몸 안에 있는 기관을 호흡 기관, 순환 기관, 소화 기관, 비뇨 기관, 생식 기관 등으로 나눈다. 근대 해부학 체계에서 수많은 기관이 다루어지는 내용과 방식에 비교한다면, 오장육부란 개념은 그 수많은 기관의 극히 일부만을 뽑아서 추상적, 상징적, 형이상학적으로 다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간과 쓸개는 “간이 크다” “간이 부었다” “담이 작다” “대담하다” “쓸개 빠진 사람” “간담을 서늘케 하다” 등의 일상적 표현에서 그 상징적 의미를 드러낸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은 자신의 비리에 대해서 “나라를 위해 한 일인데 내가 무슨 죄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굳이 분류하자면 이 발언은 “간땡이가 부었다”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심장과 관련해서는 ‘심보’ ‘심통’과 같이 마음 씀씀이를 가리키는 말들이 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이화여대에 특혜로 합격했고 0.11 학점을 3.3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합격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적어 놓았다. ‘돈도 실력’이라는 말은 자본주의 실상을 제대로 잘 드러내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각종 특혜로만 살아온 주제에 이 말을 노골적으로 한다는 것은 심통이 아주 사납다고 할 수 있다.

“비위가 좋다” “비위가 약하다” “비위가 거슬리다” “비위를 맞추다”라는 말에서의 비위란 비장과 위를 가리킨다. 그런데 오장육부에서의 비장은 오늘날 서양 의학에서의 췌장이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 비장은 적혈구를 파괴하거나 림프구를 새로 만드는 기능을 하는 반면에, 췌장은 소화 효소를 분비하기 때문이다. “비위가 좋다”는 것은 일차로 소화력이 좋다는 말이며, 더 나아가,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기 힘든 사태나 상황을 잘 버틴다는 뜻이다. 최순실 비리 의혹과 이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 태도를 쭉 늘어놓고 보면, 최순실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춰 온 게 아니라 거꾸로 대통령이 최순실의 비위를 맞추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다.

위를 포함한 배와 관련해서는 배짱 배포 뱃심이란 말들이 있다. 최순실과 한때 친했던 고영태씨의 폭로에 의하면, 최순실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고 한다. 또, 최순실 사무실의 컴퓨터에 대통령의 연설문과 청와대의 인사 자료 문건 등이 저장되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순실에게 그런 문건을 보내준 청와대 비서관이나 그런 문건을 태연히 본 최순실 모두 배포가 남다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부아는 폐를 뜻하며 옛말로 ‘부화’라고 했다. “부아가 난다, 돋는다” “부아가 뒤집힌다”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는 말은 분하고 화가 난다는 뜻이다. 분한 마음에 숨을 고르게 내쉬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들이다. 최순실과 관련된 권력 비리를 호도하기 위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꺼내 든 것을 본 대다수 국민의 정서 상태가 지금 바로 그러하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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