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악산스카이웨이에서 몸무게 100㎏의 성인이 전기자전거를 타고 도로용 사이클 동호인과 경주하고 있다. 알톤스포츠 제공

‘전기자전거가 빨라 봤자 얼마나 빠를까?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7년 경력의 베테랑 자전거 동호인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전기자전거의 성능은 놀라웠다.

20일 자전거 동호인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는 서울 북악산에서 전기 자전거와 도로용 사이클의 이색 대결이 진행됐다. 대결이 펼쳐진 곳은 북악스카이웨이 경찰 초소에서 북악산 팔각정까지 2.5㎞ 구간으로 평균 경사도 6% 오르막이 연속되는 곳이다.

전기자전거는 평소 일반 자전거를 탈 줄만 아는 몸무게 100㎏의 성인 남성이 탔다. 전기자전거의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해 20㎏정도로 일반 자전거보다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도로용 사이클은 7년 경력의 동호인이 탔다. 자전거로 몸이 다져진 동호인은 몸무게 68㎏으로 언덕을 오르기 좋을 만큼 충분히 날렵했다. 그의 이 구간 기록은 8분대 초반으로 상위 10% 안에 드는 실력자다. 그의 자전거는 무게 7㎏대의 중상급 도로용 사이클이다. 동호인은 자전거를 합친 상대 무게가 2배에 가까우니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출발신호와 함께 경주가 시작됐다. 초반엔 큰 차이 없었다. 전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잘 나갔다. 가파른 오르막 두 곳을 비슷하게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테랑 동호인의 숨이 거칠어졌다. 땀도 나기 시작했다. 다리는 무거워졌다. 순식간에 지쳐갔다. 더 이상 전기자전거 속도에 맞추는 것은 무리였다.

전기자전거를 탄 이는 웃고 있었다. ‘자전거 좀 탄다’며 자신만만했던 베테랑 동호인을 큰 힘 들이지 않고 앞서고 있으니 웃음이 나올 만 했다. 설렁설렁 페달을 밟아도 언덕을 쭉쭉 올라갔다.

전기자전거의 모터는 지치지 않았다. 100㎏ 거구도 가볍게 언덕을 오를 수 있을 정도였다. 동호인(붉은 원 안)은 멀어져만 갔다. 알톤스포츠 제공

전기자전거는 동호인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전기자전거는 출발한 지 6분 정도 지나 북악산 팔각정 주차장에 도착했다. 평균속도는 시속 약 23㎞. 이 정도면 자전거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인 스트라바에서 전체 10위 안에 드는 기록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속도로 달리는 동안 100㎏ 거구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을 정도로 힘을 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약 2분 뒤 동호인이 도착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던 그는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모든 힘을 쏟아 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동호인은 “출발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이길 줄 알았다”며 “전기자전거가 이 정도 성능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동호인의 자존심이 처참히 무너져 내린 순간이었다.

알톤스포츠의 전기자전거 데카콘. 250W의 힘을 내는 전기 모터가 장착돼 있다. 250W는 중급 동호인 1명이 낼 수 있는 힘에 가깝다. 알톤스포츠 제공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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