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독자는 ‘리틀 브라더’를 지난 2월 야당의 필리버스터 때 서기호 의원이 단상에 직접 들고나와 소개한 핑크빛 책으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작은 디자인 회사인 우리가 SF를 전문으로 하는 출판 브랜드를 직접 내기로 결정한 때는 2014년 여름.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국과수에서 과학적인 감정 결과 정체를 알 수 없던 노숙자의 시신이 가라앉은 배의 주인 유병언이라는 믿을 수 없는 발표를 했을 즈음이다.

‘리틀 브라더’에선 테러로 수천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고, 주인공인 고등학생 소년과 친구들은 테러 현장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밀감옥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다. 혐의가 없어 풀려나서도 주인공은 국가기관의 감시망을 벗어나지 못한다. 국가는 테러로부터 시민과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테러를 빌미로 시민들을 감시하고 옥죈다. 제목이 오마주 한 대로 ‘1984 빅브라더’의 재현이다. 이 나라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이 소설 속 사건들과 겹치고 또 얽혔다.

몇 개월의 준비를 거쳐 출간 목록을 정하고, 첫 책으로 ‘리틀 브라더’를 내기로 했다. 새로운 SF 전문 출판사의 방향성과 색을 보여주는 데 가장 적합했다. 그런데 저작권 계약을 하려니 에이전시에서 어지간한 SF 도서의 두 배가 되는 선인세를 요구했다. 모두 말렸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먼저 하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도 있었고, 몇 해 전 대형 출판사에서 이 책의 번역까지 마쳤다가 출판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번역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여름, ‘국가정보원이 휴대전화 원격통제 스파이웨어를 구매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출간 후에는 여당이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서 오히려 그 사찰을 정당화하고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려고 시도했다. 2008년 캐나다 작가가 미국을 배경으로 쓴 이 소설은 2016년 대한민국에서 섬뜩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리틀 브라더’의 전자책 표지에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단 주인공의 뒷모습 그림을 올렸다.

이 글을 쓰려는 즈음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정답은 없겠지만,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인류에게 다시 던졌다. 출판을 시작한 지 겨우 1년인 우리가 제대로 된 문학출판사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스스로 계속해서 묻는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과학적 태도란 무엇인가. 우리의 첫 책은 그 오랜 물음에 대한, 우리의 첫 번째 대답이다.

박은주 아작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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