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팀 경제관계장관회의 등 매주 개최키로
5ㆍ6월 조선 구조조정 당시 의사결정 논란 재연돼
논란은 결국 유일호 리더십ㆍ비전 문제로 귀결
전문가들 “회의 강화로는 위기극복 한계” 지적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과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등 굵직한 경제 현안에서 경제부처의 실기(失機)와 정책혼선으로 인한 부작용이 이어지자, 정부가 매주 경제팀 회의를 개최하는 등 경제부처의 위기관리 및 의사소통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불과 몇 달 전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문제에서 비슷한 비판이 이어졌을 때도 정부가 뒤늦게 부총리 중심의 회의체를 운영하는 등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가 구두선에 그친 전례가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단지 회의체 운영에 변화를 준다고 무너진 컨트롤타워가 다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며 유일호 경제팀의 리더십 부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개별기업의 손실이 더 큰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제장관회의를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팀이 매주 회의를 열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필요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요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는 2주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 주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다음 주는 현안회의를 열어 매주 회의를 할 예정”이라며 “현안회의는 참석자를 정해두는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 현안에 따라 참석자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회의를 강화하겠다는 유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경제팀의 리더십 부재와 미숙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과정에서 물류대란이 현실화하고, 가계부채 급증 및 부동산 가격 급등과 관련해 중구난방식 규제와 설 익은 발언들이 쏟아지며 시장에 불안감이 조성되자 경제팀에 사령탑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결국 회의체를 강화해 경제부처 간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긴장의 끈을 더 조이면서 현안에 대한 선제적 해법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컨트롤타워 논란’이 유 부총리 취임 이후 되풀이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올해 5월 이후 조선ㆍ해운업의 구조조정 문제가 본격화됐을 때도 경제팀에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당시 정부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관계부처 차관급 협의체를 운영했는데, 구조조정 의사결정 책임자가 부총리인지 금융위원장인지 청와대인지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국가경제의 명운이 달린 중대한 사안을 차관급 회의에 맡길 수 있느냐는 질타가 이어지자, 결국 정부는 부총리 주재로 산업통상자원부ㆍ고용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회의’를 발족했다. 구조조정의 지휘권을 유 부총리에게 명확하게 넘겨 준 것이었다.

하지만 6월에 발족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는 지금까지 네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이 기간 구조조정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8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선박 가압류 및 선박 입항 거부 사태로 인한 물류 대란이 수개월째 이어졌고, 특히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의 해법 도출은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는 상태다.

비판은 경제팀 수장인 유 부총리에게로 쏟아지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우리 경제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에서조차도 부총리가 앞장서는 일이 없다”며 “현안만 생기면 부총리(유일호)가 아닌 금융위원장(임종룡)이 총대를 멘다“고 포화를 날렸다. “부처간 조율이 충분치 않아 당국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성태윤 연세대 교수) “부총리만의 경제 철학을 보여주지 못하고 정확한 진단ㆍ처방은 못한 채 위만 쳐다보는 모습을 보인다”(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경제부처 회의 강화 정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안일한 인식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이필상 교수는 “장관들이 모여봐야 청와대만 바라보는데 뭘 할 수 있겠냐”며 “오히려 민간 전문가들을 더 자주 만나서 위기에 정면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낫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는 “회의를 자주 하는 걸 나무라기는 어렵지만 지금 문제의 본질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며 “단기ㆍ중기ㆍ장기로 로드맵을 정하고 현안에 대한 뚜렷한 경제철학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