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에서 20여 년간 대학 강단 생활을 마치고, 미국대학으로 옮긴 지 8년이 되어 간다. 비록 체계적인 연구나 분석은 아니지만 양국대학생 간에 눈에 띄는 차이점 몇 가지를 조심스럽게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교수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대부분 미국 대학생들은 면담시간에 교수를 찾아오면, 자신이 모르는 것을 확실히 드러내면서 밑바닥부터 접근해 온다. 이들은 솔직하게 자신들이 무엇을 연구할 것인지 찾기 위해 얼마나 오래 방황했으며, 그런데도 구체적 목표 설정이 어렵다고 호소하곤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교수의 의견과 평가를 기대한다. 한 교수의 평가가 미진하다고 생각되면, 관련된 다른 교수를 다시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 미국 대학생들은 교수를 최대한 이용하려 한다.

그런데 한국학생들은 많은 경우 교수를 찾아 갈 때 미리 준비를 많이 한다. 이렇게 하는 배경에는 자신의 노력을 교수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와 함께 자신에 대해 교수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교수의 동의를 얻으려는 목적이 있는 듯하다. 자신들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을 확인해 문제를 정확히 설정하기보다, 자신이 잘 해내고 있다는 노력에 대한 평가를 기대한다.

자신이 잘 모르는 것부터 털어놓으려 하면 좀 창피한 생각이 드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이 밑바닥부터 솔직히 드러낸 후 차분히 그 위에 성과를 쌓아 올릴 경우 이후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을 자주 지켜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당장 자신에 대한 평가를 높이는 데 치중할 경우 긍정적이면 만족하고 안주하게 되고, 부정적일 경우 자기 비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 미국과 한국 강의 시간의 중요한 차이점을 들자면, 미국 학생들의 경우 어떤 문제와 상황에 대한 사례를 예시하라는 교수의 요청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사례를 들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학생들이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는 걸 힘겨워한다. 그래서 상상을 통해 사례를 만들어 내면서, 마치 실제 사례인 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차이는 인문ㆍ사화과학의 경우 한국에서는 학문의 생활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문제가 될 만한 현상에 천착하고 이를 진지하게 관찰하고 생각하는 자세가 몸에 배지 않은 탓이다. 이는 학문을 현실과 유리시켜 왔던 한국적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일상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이 보이는 것에서 중요한 것을 찾아내는 세심한 관찰이 부족하다.

이러한 학문적 전통은 책이나 인쇄된 연구물에 대한 지나친 신뢰로 이어진다. 한국사회에는 자신들이 읽은 책에 대한 맹신 성향이 아주 높은 편이다. 이런 현상은 또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때, 책 자체의 문제점을 파고들기보다 자신의 이해 부족 탓으로 여기는 경향을 낳게 된다. 한편으로는 자기가 아는 것, 본 것 그리고 들은 것에 대해 지나친 과신하는 경향도 있다. 책에 몰입하지 않고 항상 거리를 두고 읽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차이는 한국 학생들은 대체로 공동작업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동작업이 드물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단순한 협력을 넘어, 자기와 다른 의견을 경청하려는 태도, 또 타협을 위한 노력 등 아주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배양하지 못한다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미국학자들과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면 다른 사람을 비판하려 할 경우 우선 서로 공통되는 점들을 열거한 후, 차이점을 덧붙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사회에서 비판은 서로 간의 다름을 좁힐 수 없게 차이점을 지적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노벨상 시즌이 끝났다. 일본은 올해도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 기록을 이어갔고 한국의 아직도 과학분야 수상자 전무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탄식이 높다. 많은 학자가 한국의 교육문제, 연구투자 행태 등에 대해 다양한 비판을 내놓았다. 그런 지적들이 분명 향후 한국 과학자의 노벨상 수상 시기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의 피상적 미국 대학생과 한국 대학생의 차이점에 대한 관찰이 그런 비판과 어떻게 연관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남의 나라 노벨상 수상 소식에 하루 이틀 부러움만 표시하고 잊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새로운 배움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하용출 미국 워싱턴대 잭슨스쿨 한국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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