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동성애자 혐오 부추길 가능성" 투표안 거부

2015년 8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동성결혼 지지 집회 현장. 시드니=EPA연합뉴스

동성결혼 허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던 호주 정부의 시도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이로써 호주의 동성결혼 합법화는 기존 계획보다 최소한 3년은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호주 주요 야당인 노동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동성결혼 허용여부를 묻는 정부의 국민투표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총회에서 빌 쇼튼 노동당 대표는 “국민투표가 자칫 동성애자와 그 가족에 대한 혐오는 물론 국민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라며 “더불어 국민 세금을 낭비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은 하원 전체 150석 가운데 76석을 차지하는데 그쳐 노동당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면 주요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하다. 호주 언론들은 이러한 이유로 “사실상 정부의 동성결혼 합법화 계획은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맬컴 턴불 총리는 노동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주 하원에서 국민투표안을 통과시킨 뒤 상원에서 표결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당이 당론을 확정했지만, 의회합의보다 국민투표를 통해서라도 빨리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노동당 의원들이 소수의견을 낼 경우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다. 턴불 총리는 “아직 국민투표안이 무산된 것은 아니다”라며 “끝까지 노동당 의원을 포함해 상원의원들이 동의에 나서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호주 내각이 지난 2월 통과시킨 동성결혼 찬반투표 시행안은 야당의 지원을 등에 업는다면 무난히 동성결혼 합법화로 이어질 전망이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도 응답자 가운데 61%가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밝혀 국론 또한 동성결혼 합법화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호주의 동성결혼 지지 운동가들은 야당의 이번 당론 결정으로 인해 동성결혼 합법화가 크게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AP통신은 “비록 국민투표를 거칠 경우 동성애자들에 대한 반감이 두드러지는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많은 성평등주의자들은 정치인들의 의견불일치로 동성결혼 합법화의 앞길이 어두워졌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