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원인(cause of death)의 영어 약자다. 추리물이나 경찰물 장르의 미국 TV 드라마를 볼 때 자주 만나게 되는 단어다.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서울대 신경외과 과장 백선하 교수의 궤변적인 주장에 의하면, 백남기씨의 COD는 심폐 정지이고 사망 종류(manner of death)는 병사다. “적극적인 연명치료를 받았더라면 외인사인데 안 받아서 병사”라는 게 백 교수의 궤변이다.

이번에 공개된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양식과 마찬가지로, 국제보건기구(WHO)가 1948년에 확정한 사망진단서 양식도 COD를 직접 사인과 선행 원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다만, 진단서 작성에서 주의할 점으로 직접 사인으로 사망의 양식(the mode of dying)을 기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서울대 의대생들의 항의 성명서에 나오는 “직접 사인으로 심폐 정지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이 국가고시에 출제될 정도의 원칙”이라는 얘기는 바로 이것을 뜻한다. 서울대 병원 노조도 “의대생보다 못한 교수는 서울대 병원을 떠나라”고 질타했다.

사망 원인에 관해 따지는 것은 의사들만의 특권은 아니다. 법원이나 보험 회사도 사망 원인을 전문적으로 따진다. 사법적 인과관계는 병리학적 인과관계와 제도적으로 서로 다르다. 양자를 매개하는 것이 바로 법의학이다. 한편, 유족이나 사회 구성원 전체가 관심을 갖게 되는 사망 원인도 있다. 세월호 사건이나 옥시 가습제 살균제 사건이 그러하다. 박근혜 정권의 특징은 사회적 관심사인 이런 사건들에서 사망 원인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정치적인 이유로 거의 불가능하거나 봉쇄되어 오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죽음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사고사나 살인의 경우,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고 그럼으로써 책임 소재가 특정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해자가 사과하고 응분의 처벌을 받거나 보상을 하고 더 나아가 사회 전체가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원인을 제대로 밝힐 때만 가능하다. 그래야만 용서와 화해도 뒤따를 수 있고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사망 원인뿐만이 아니다. 주요 정치, 사회적 사건의 원인이나 배경을 제대로 밝히지 않거나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버리는 것이 박근혜 정권의 일관된 특징이다. 세월호 사건의 경우도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이 침몰 원인과 배경을 아직 제대로 충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설하고, 서울대 백선하 교수의 주장이 궤변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백 교수식 논리에 따른다면, 고 박정희 전대통령의 COD도 심폐 정지고 사망 종류는 병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박 전대통령은 총을 맞고 나서 “나는 괜찮아”라고는 했지만 최신 연명치료를 받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의 이윤성 위원장(법의학교실 교수)은 이런 궤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뇌 수술이라면 백 교수에게 맡기겠지만 사망진단서는 그로부터 결코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윤성 교수에 의하면, 사망 종류를 병사로 판정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며, 그것은 당연히 외인사라는 것이다.

나라면, 뇌 수술조차도 백 교수에게 받기 싫다. 그는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기술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을 번역한다면, 외인사와 병사를 가르는 기준은 최신 의료 기술을 갖춘 기술자가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대포에 의한 동일한 사망 사건이, 의료인 면허를 가진 기술자가 강권하는 최신 의료기술에 의해서 단지 연명해나간 뒤라면 외인사가 되고 그것을 가족 등이 거부하거나 하면 병사가 된다는 게 그의 궤변적 주장의 핵심이다.

원인의 인(因)자는 갑골문에서 큰 매트 위에 사람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본뜬 글자다. 거기에서 의미와 용례가 확대되어서 ‘무엇에 의존한다’라는 뜻의 동사로 사용되다가, 원인 내지 이유 등의 의미가 추가된 것이다. 인술이라 불리던, 사람을 살리는 의술을 의료 테크놀로지 자체가 대체하게 된 요즘 상황에서 음미해 볼 만한 글자다. 과거에 우리가 알고 있던 의술은 이번 사건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제 사회 전체가 의술의 사망 원인과 종류 등을 밝혀내야만 한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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