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없으면 내년 말 사시 폐지

지난 2월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러진 제58회 사법시험 1차 시험장에 응시생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사시가 폐지되더라도 고시생들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9일 정윤범씨 등이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조항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와 제2조, 제4조 1항은 사법시험을 2017년까지만 시행하고 같은 해 12월 31일 폐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사시를 폐지하는 것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의 입법 목적은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해 더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사법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고 목적이 정당하다”면서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일정기간 응시기회를 준 다음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한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입법자는 사법시험 준비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2017년까지 8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며 “지금은 로스쿨이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고, 사법시험을 영구히 존치할 경우 제도의 전환을 믿고 로스쿨에 들어간 사람들의 신뢰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진성ㆍ김창종ㆍ안창호 재판관은 사법시험 폐지가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사법시험 제도와 로스쿨 제도는 양립 가능하고, 법조인 양성 제도로서 각자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 두 제도가 서로 경쟁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게 하는 것이 다양한 계층의 유수한 사람들이 법조 직역 진출을 가능하게 한다”며 “사시 폐지로 인해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은 사시 폐지로 얻게 될 공익에 못지 않게 중대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시 폐지로 경제적 약자의 법조 직역 진출의 기회조차 차단함으로써 형식적 평등마저 무너뜨린다”고 강조했다. 조용호 재판관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과 무관하게 판ㆍ검사로 임용될 기회를 상실하게 돼 공무담임권도 침해받는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사법시험이 당장 폐지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변호사시험법을 아예 개정해 버리면 사법시험을 계속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유예한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발표해 법 개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헌재 결정 직후 이종배씨 등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소속 5명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시험은 공정사회를 상징하는 제도이고 힘없는 서민들이 절대적 지지를 보낸 기회의 사다리였다”며 “헌재의 합헌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고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계속 펼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이날 로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5년 이내에 변호사시험을 5번만 치르도록 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과거 사법시험제도 하에서 장기간 시험준비로 생기는 고시낭인을 줄이기 위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일정 기간 동안 로스쿨 교육의 효과가 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여서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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