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소지섭이 최근 해외 다양성 영화 투자에 적극 나서며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2016)와 중국 영화 ‘5일의 마중’(2014)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을 일단 꼽을 수 있다. ‘카페 소사이어티’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오랜 대표 주자 우디 앨런 감독이, ‘5일의 마중’은 현대 중국 영화의 아이콘처럼 여겨지는 장이머우 감독이 각각 메가폰을 잡았다.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영화 모두 다양성 영화라는 점이다. 물량 공세에 의지하기 보다 영화 고유의 완성도에 기대 열성 영화 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작품들이다. 쉽게 말하면 대중성이 약하고 흥행성이 떨어지는 영화들이다. 여기까지는 웬만한 영화팬들이라면 알 만한 공통점. 숨겨진 공통분모는 투자자다. ‘카페 소사이어티’와 ‘5일의 마중’은 영화배우 소지섭이 투자해 국내 개봉이 이루어졌다.

소지섭이 개봉에 관여한 '카페 소사이어티'는 다양성 영화 시장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찬란 제공
다양성 영화 시장의 숨은 ‘실력자’

다양성 영화 팬이라면 스크린에서 소지섭의 이름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출연 배우가 아닌 투자자(공동제공으로 표시된다)로서다. 어떤 영화의 제목이 떠오르고 국내 수입사의 이름이 등장한 뒤 소지섭의 실명이 새겨지는 식이다. 2년 여 동안 미국과 이탈리아 일본 중국 영화 등 10편의 외화들이 소지섭의 이름과 함께 관객과 만났다. 이 정도면 다양성 영화계의 숨은 실력자 중 한 명이라도 해도 과하지 않다.

소지섭이 해외 다양성 영화 투자에 나선 시기는 2014년이다.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필로미나의 기적’(2013)이 시작이었다. 젊은 시절 아이를 미국으로 입양 보내야 했던 한 영국 미혼모가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아들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당시 관계자에 따르면 소지섭이 영화를 보고 감동해 영화 개봉 과정에서 투자를 했고, 자신의 이름을 넣으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하고 싶어했다. 소지섭이 외화 투자자로 이름 올리기는 일회성에 그치거나 매우 드문 일이 될 수 있다는 암시했다.

하지만 이후 소지섭의 투자 행보는 이어졌다. 2014년 ‘5일의 마중’과 일본 감독 나카시마 데츠야의 ‘갈증’(2014)이 소지섭과 함께 했다. 지난해에는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2014)와 ‘그녀, 잉그리드 버그만’(2014),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2015)가 소지섭의 투자에 힘입어 관객과 만났다. 올해는 고전영화 ‘비틀즈: 하드데이즈나이트’(1967)와 톰 히들스턴 주연의 ‘하이-라이즈’(2015), ‘비거 스플래쉬(2015), ‘카페 소사이어티’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수작이라는 수식이 과하지 않은 작품들의 연속이다.

소지섭은 이들 영화를 직접 수입하지는 않는다. 영화사 찬란이 수입한 작품들 중에 소지섭이 보고선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영화들에 투자를 한다(수입 뒤 이뤄진 투자는 보통 개봉과 마케팅 비용으로 쓰인다). 찬란의 대표와, 소지섭이 설립하고 소속된 연예기획사 51K의 대표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소지섭이 투자한 영화에 51K가 별도로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이유이다.

◆소지섭 투자 외화의 흥행 성적

※영화진흥위원회 집계(23일 기준)

장이머우 감독과 공리의 재회로 화제를 모았던 '5일의 마중'도 소지섭을 통해 국내 관객에게 소개됐다. 찬란 제공
흥행 선구안도 나쁘지 않아

소지섭이 투자한 영화들의 흥행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상영 중인 ‘카페 소사이어티’는 소지섭이 투자한 영화 중 가장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23일까지 8만3,419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봤다. 다양성 영화인데도 제시 아이젠버그, 크리스틴 스튜어트, 스티브 카렐, 블레이크 라이블리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했고, 앨런 감독의 지명도가 꽤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5일의 마중’은 5만4,820명, ‘필로미나의 기적’은 3만8,053명을 각각 모았다. ‘하이-라이즈’(2만4,600명)와 ‘비거 스플래쉬’(1만5,201명)도 그리 나쁘지 않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다양성 영화 시장에선 2만~3만 관객만 들어도 흥행했다는 설명이 따르고 5만을 넘으면 ‘대박’이라는 수식이 종종 붙는다.

투자는 원금 회수는 물론 수익을 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지섭은 외화 투자 과정에서 “본전치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낸다. 그래도 돈 벌기 위해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본격적으로 영화 수입에 나서기 위한 예행 연습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올 만도 하다. 하지만 당장 돈벌이만을 위해서거나 미래를 바라보고 수업료를 내는 것이라면 한국영화 투자가 훨씬 유망하지 않을까. 말수 적고 영화인과의 교류도 많지 않은 소지섭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영화사랑을 실천하다는 게 더 맞는 분석일 것이다.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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