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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문 교수 “경주 여진 많아 이상징후… 대형 지진 전조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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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문 교수 “경주 여진 많아 이상징후… 대형 지진 전조일 수도”

입력
2016.09.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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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년 신라 7.0 규모 강진 기록… 대지진은 400~500년 주기 발생

전자식 지진계 관측 40년 안 돼… 한반도 지질 특성 판단엔 부족

정부도 현재 상황 솔직히 말하고 대국민 홍보활동 등 서둘러야

지난 7월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해외지질답사에 참가한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지난 7월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해외지질답사에 참가한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지금까지 발생한 지진 전체가 (또 다른) 대형 지진의 전조(전진ㆍ前震)일 수도 있다.”

섬뜩하다. 규모 5.1, 5.8(12일), 4.5(19일) 등 세 차례 지진이 진짜가 아니라니. 가뜩이나 지진공황에 흔들리는 한반도에 괜한 공포를 더욱 자극할 수도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 30년 간 땅밑만 고집스럽게 연구한 전문가의 경고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낭설이 아니라 고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질학계의 ‘닥터 둠’(비관론자)이라 불릴만한 손문(51)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겁나겠지만 심상치 않다”고 단언했다. 불확실한 지진에 대한 대비는 오로지 병적으로 안전에 집착하는 예방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의 얘기를 차근차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진 발생 직후부터 20일까지 여러 차례 진행했다.) 그는 현재 정부와 학회의 부름을 받고 현장 조사에 참여 중이다.

-대부분 여진이라고 보는 19일 지진이 심각한가.

“해방 후 이런 큰 지진은 일어난 적이 없다. 그런데 규모 7.0에 버금가는 강진은 역사에 기록돼 있다. 779년 신라에서 큰 지진으로 100명 넘게 사망했다. 당시 진앙을 분석하면 이번 경주 지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 대형 지진은 400~500년 주기로 일어나기 때문에 한 세대가 경험을 못 할 수도 있다. 기상청이 전자식 지진계로 지진을 공식 관측한 기간이 40년이 채 되지 않는데, 한반도 지질 특성을 판단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통계를 보면 17세기에 큰 지진들이 많았던 걸로 보인다. 지금이 21세기니 400여년이 지난 지금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근거는 없나.

“여진의 횟수가 너무 많다. 이 정도로 여진이 많은 경우는 역사상 많지 않았다. 게다가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 외에도 울산단층, 동래단층 등 인근에 위험한 단층들이 많다. 그곳들로 인해 새로운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가 안전하다고만 하지 말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여야 한다.”

실제 20일 오후 4시까지 발생한 여진(규모 1.5 이상)은 모두 401회로, 지난해 전체 지진발생 횟수(44회)의 9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발생 빈도가 가장 잦았던 2013년(93회)과 비교했을 때도 4배 이상 많다.

-정작 정부는 큰 여진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현 시점에서도 큰 지진이 추가로 일어날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일어나지 않으면 감사한 일이지만, 만약을 대비해 대국민 홍보를 해야 한다. 당장 모든 건물에 대해 내진을 보강하기는 어려워도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과제들이 있다. 예컨대 균열이 갈 수 있는 가스관 이음새를 진동에 강한 유연한 재질로 교체하는 식이다. 국민들이 대피 요령을 제대로 모른다는 것도 문제다.”

-여진은 얼마나 어느 정도로 지속될까.

“본진 규모가 5.8이면 4.5 정도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여진은 1년 넘게 지속될 수 있다. 줄어들곤 있어도 현 추세라면 한 달 이상은 더 여진이 있을 거라 예상한다.”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은.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 과거에는 5.5 지진도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제 기준이 6.5로 올라갔다. 6.5를 마지노선으로 삼는 건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 한도가 6.5라는 점을 반영한 걸로 보인다. 7.0 이상 지진은 발생 확률이 적겠지만 6.5 이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손 교수는 1998년 한반도 동남부지역(포항 경주 울산)의 신생대 지각변형과 분지형성역사를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동남부권 지역 지질전문가다. 다소 과한 주장이 아니냐고 묻자 그가 답했다.

“내진설계가 취약하고 재난 대비 시나리오 준비가 안 된 한국은 6.5 이상 지진이 일어나면 정말로 큰일납니다. 자연 재해에 관해서는 항상 보수적으로 봐야 합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20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안전체험관에서 어린이들이 지진 재난 대피요령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안전체험관에서 어린이들이 지진 재난 대피요령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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