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방송에서 한국 몰카 문제에 관해 토론한 적 있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훨씬 쉬어진 몰카 촬영, 그 이유와 유래, 법적인 책임 등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몰카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느낌을 다시 받았다. ‘몰카 천국’으로 까지 불리는 한국, 몰래 동영상이 왜 이리 많을까.

몰카 문제가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야동의 천국인 일본에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러시아에서도 얼마 전에 불법 포르노 운영자들이 공공장소 화장실에서 몰카를 설치해 놓고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공개해 충격을 줬다. 하지만 온 사회가 몰카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조심해야 할 지경은 아니다. 러시아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사진을 찍을 때 휴대폰에서 셔터 소리가 반드시 나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모두 놀란다. 그렇다면 몰카가 한국에서 그렇게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겹쳐진 것 같다.

게티이미지뱅크

우선 최신 기술이 몰카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관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초소형 카메라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해도 그 기술 자체가 몰카를 찍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신형 카메라가 수단, 도구일 뿐,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 원인은 이런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이다. 이는 어느 정도 미국의 총기 소유를 둘러싼 논란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사람을 죽이는 주체는 다른 사람이지, 총 자체가 아니다. 물론 총을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하지만.

몰카 영상을 찍고 유포하다 붙잡힌 사람의 말을 들어 보면 관심이 가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상대방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공개할 생각 없이 개인용으로 찍었다” “상대방이 이 사실을 모르면 범죄가 아니다” 등의 변명이다. 이런 변명 속에는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수치심은 별문제가 아니라는 사고방식이 담겨 있으며, 이 점이 바로 한국 몰카 현상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타인 사생활 보호 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흡한 수준임을 드러낸다. 이런 인식이 하룻밤에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올바른 방향은 분명하다.

얼마 전에 학원 교사 수업 때 여학생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 그 교사는 “남성들에게는 본능이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생리적 행동이었을 뿐”이라고 어이없는 변명을 했다. 이 발언의 잘못을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곤란할 정도다. 정글이 아닌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이런 어이없는 주장을 하는 성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회가 제대로 유지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에 대해 올바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의 본능을 해소하는 대상에 불과하다는 성차별 의식도 뿌리 깊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더욱이 이런 충격적 사건이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합의로 간단히 끝났다는 소식이 더 충격적이었다.

서구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에서는 성교육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사춘기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한창 생길 때 몸과 심리적 변화에 대해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성관계에 대한 설명과 피임 중요성 등과 같은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의 호기심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줄 기회가 거의 없어 보인다. 러시아에서도 학교에서 성교육 수업이 따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나 방송에서 성 관련 이야기를 쉽게 나눌 수 있는 문화다.

한국에서 몰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할 것 같다. 성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개선이 되면, 몰카 문제도 차츰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일리야 벨랴코프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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