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기자의 TV 다시보기]

올리브TV ‘조용한 식사’에서 모델 이진이(왼쪽)는 북카페에서 소꼬리찜을 먹고, 배우 김혜성은 동굴에서 부대찌개를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CJ E&M 제공

정적이 흐른다. 잘 차려진 한 끼만 화면을 채운다. 정적을 깨는 건 친근한 얼굴로 등장한 연예인이다. 그는 식탁에 앉아 고개를 한 번 ‘꾸벅’ 숙이더니 수저를 든다. 이어 밑도 끝도 없이 음식을 입 안에 쑤셔 넣기 시작한다. 거기가 어딘지, 그 음식을 왜 먹게 됐는지 시청자의 궁금증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조차 하지 않는다.

케이블채널 올리브TV가 7월부터 방송하고 있는 ‘조용한 식사’의 한 장면이다. 한 사람이 식사하는 시간은 단 5분. 연예인 코 앞에 고정된 카메라는 5분 간 미동도 없이 “쩝쩝” 소리만 전달한다. 이렇게 4명의 연예인이 차례로 등장해 오롯이 먹는 것에만 열중한다. 그렇게 20여분이 흐른다. 하지만 음식을 먹게 된 이유, ‘왜’가 없으니 심심하다.

심지어 현실성도 떨어진다. 우아하게 비빔밥을 비비던 한 여배우는 한입에 쏙 들어갈 수 있도록 숟가락으로 밥을 작고 둥글게 뜨느라 안간힘을 쓴다. 입가에 묻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턱 밑까지 늘어진 나물을 입에 물고는 ‘피식’ 웃음까지 터트린다. 마치 자신이 왜 여기서 비빔밥을 먹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열심히 고기를 굽던 여배우가 크게 쌈을 싸 입 안에 넣었지만 턱 관절이 약한 것인지 아니면 의술의 부작용(?)인지 제대로 씹지를 못한다. 공원에서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떼어내느라 먹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연예인의 짧은 휴식을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출연자도 컨셉트를 모르는 눈치다.

출연자들에게 물으니, 평소 좋아하거나 먹고 싶은 음식 몇 가지를 제작진에 전달한단다. 그렇게 정해진 메뉴를 제작진이 섭외한 장소에서 먹으면 되는 것이다. 허탈하게도, 식사를 하는 사람과 장소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뜬금없는 장소 선정이 잦다. 동굴에서 부대찌개를 먹는가 하면, 북카페에서 소꼬리찜을 먹고, 한남대교 밑에서 수제비를 먹는다. 사람과 식사, 그리고 장소에 대한 스토리가 없으니 공감도 할 수 없다.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무역업자인 이노가시라 고로(마쓰시게 유타카)가 전국을 돌며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을 그린다. 화면캡처

몇 년 전 일본에서 20분짜리 짤막한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본 적이 있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2012년부터 방송된 이 드라마는 무역업을 하는 이노가시라 고로(마쓰시게 유타카)가 주인공이다. 그는 혼자 일본의 전 지역을 돌며 한 끼 식사를 해결한다. “배고프다”는 중얼거림과 함께 고심 끝에 선택한 식당에 들어가 아주 맛깔스럽게 음식을 먹어 치운다. 겉옷부터 벗고 두 팔을 걷어 올린 그는 4~5인분은 족히 돼 보이는 음식을 남김없이 싹싹 비운다. “조바심 내지 마. 난 배가 고픈 것뿐이야.” 식사를 하기 전 들리는 그의 내레이션에는 정감이 어려 있다.

시끌시끌하거나 비좁은 식당 안에서 혼자 자리를 잡고 먹는 모습은 정말 고독해 보인다. 하지만 그 식당의 단골손님들이 가방을 어디에 두는지, 서빙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주인장의 딸인지 아닌지, 눈치 보며 술 안주로 롤빵을 시킬지 말지 등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나는 스토리가 고독한 한 끼 식사에 숨어있다.

인간미도 현실감도 담아내지 못한 ‘조용한 식사’에서 비현실적인 이질감 말고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제작진의 의도가 참 궁금하다.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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