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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닉슨 사면

입력
2016.09.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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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9월 8일

1974년 9월 8일,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닉슨 전 대통령의 재직 중 저지른 범죄 일체를 조건 없이 사면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974년 9월 8일,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닉슨 전 대통령의 재직 중 저지른 범죄 일체를 조건 없이 사면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펜타곤 페이퍼’(Pentagon Paper)는 2차대전 무렵부터 68년 5월 베트남전쟁이 본격화하는 시점까지 인도차이나에서 미국이 벌인 일들을 기록한 방대한 국방부 비밀 문건이다. MIT 국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대니얼 엘스버그(Daniel Elsberg)는 전직 해군장교로 저 문건 작성을 주도했다. 그는 반공주의자였으나 미국 정부의 인도차이나 비밀 공작의 부도덕성에 질려 저 문건을 뉴욕타임스에 제보, 71년 6월 세상에 알려지게 했다. 베트남전 종전과 미국의 패전에는 그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당시 대통령으로 72년 재선을 노리던 리처드 닉슨은 과거 민주당 정부의 부도덕성이 폭로되는 건 은근히 반기면서도 자신의 발 밑까지 허물어지는 상황, 예컨대 베트남전에 핵무기를 쓰겠다고 말한 사실 등이 공개되는 상황은 막아야 했다. 그(와 키신저)는 71년 7월 백악관 비밀 특별조사팀을 꾸려 앨스버그의 꼬투리를 잡기 위해 그의 정신병원 진료기록까지 뒤지는 등 온갖 술수를 다 동원했다.(‘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에서)

저 일의 일부가 드러난 것은 워터게이트 조사를 통해서였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도청과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벌인 권력 남용과 협잡 외에도, 적어도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시민들로선 눈감아줄 수 없는, 드러난 오점이 아주 많았다.

1974년 9월 8일, 제럴드 포드 후임 대통령은 닉슨이 대통령 재직기간 5년 동안 저지른 모든 형사범죄 일체를 조건 없이 사면했다.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TV회견에서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간 이의 재임 중 범죄에 대해 현 대통령인 제가 취할 수 있는 조치로써 참조할 만한 역사적ㆍ법률적 선례가 없”지만 “내 양심이 분명하게 말하는 것처럼, 저는 이미 덮인 책장을 다시 열어 나쁜 꿈을 지속시킬 수 없고, 그 책을 봉인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지닌 유일한 사람이 저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면의 명분으로, 길게 이어질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대립할 ‘추한 열정’, 닉슨의 악화한 건강 등을 들었다.

여론은 부정적이었고 포드는 76년 재선에 실패했지만 2001년 그는 ‘JFK 용감한 시민상’을 탔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DJ가 수감돼있던 전ㆍ노의 사면을 요청하면서 저 선례를 참조했을지 모른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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