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자전거 이용자 편의 고려치 않고 설치된 자전거 횡단도

서울광장에서 대한문으로 이어지는 횡단보도에 설치된 자전거 횡단도와 보도를 구분하는 경계석은 자전거로 오르기엔 높이가 높다(왼쪽 사진). 6일 오후 같은 곳에서 한 자전거 이용자가 자전거 횡단도 대신 보행자 통로를 이용해 길을 건너고 있다.

서울시 도심의 ‘자전거 횡단도’가 자전거 이용자의 실질적인 편의를 고려치 않고 설치됐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8,3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시청, 광화문, 숭례문 일대 9개 교차로에 자전거 횡단도 41개를 설치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 일환으로 도로를 횡단하는 자전거 이용자에게 안전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목적이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車)로 분류되기 때문에 횡단보도에선 내려서 끌고 가야 한다. 위반할 경우 차량이 횡단보도를 통행한 것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며 보행자와 사고가 날 경우 11대 중과실로 분류돼 책임을 져야 한다. 자전거 횡단도는 보행자와 자전거의 통행로를 구분하고 자전거 이용자가 내리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최근 서울 도심에 설치된 자전거 횡단도는 자전거를 이용해 횡단하기가 불편한 곳이 대부분으로 ‘무늬만 자전거 횡단도’ 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6일 오후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횡단도의 모습. 인도와 닿아있는 부분이 화분, 신호등 등으로 막혀 있다.

실제로 자전거 횡단도가 설치된 교차로를 살펴 본 결과 자전거를 끌고 가기에 어려울 정도로 턱이 높은 곳이 많았다. 각종 장애물로 이동통로가 막혀 있는 경우도 흔했다. 주변 교통흐름에 맞는 자전거의 적합한 이동 방법이나 대기 방법을 안내하는 표시가 있는 횡단도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횡단보도 옆에 ‘편한대로 선 긋고 자전거 그림만 그려 놓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법규에 맞게 자전거 횡단도를 이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보행자 공간을 이용해 길을 건넜다. 일부 자전거 횡단도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 장애물 때문에 멈추거나 결국 내려서 건너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근처 횡단보도에서 자전거 이용자들이 자전거 횡단도 대신 보행자 통행 구역을 이용해 길을 건너고 있다.

서울광장 인근에서 공공자전거를 자주 이용하는 김영(28)씨는 “진짜 자전거를 타고 가라고 만든 건지 의심된다”며 “한번이라도 자전거를 타봤다면 이렇게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34)씨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실제로 자전거가 어떤 방식으로 통행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며 “인도에서 타고 가든 끌고 가든 높은 턱은 자전거 이용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이용해 시청 인근으로 출퇴근하는 황모(36)씨는 “보여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자전거 횡단도를 이용하기 위해 어떻게 진입하고 나가는지 전혀 알 수 없어 결국 각자 알아서 판단해야 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근처 자전거 횡단도에서 자전거 이용자들이 진로를 막고 있는 구조물을 피해 길을 건너고 있다.

서울시 자전거시설팀 관계자는 “어차피 자전거 인도(人道) 주행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으므로 자전거를 타고 인도로 진입하면 안 되기 때문에 턱을 낮추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라며 “횡단보도 턱 낮춤 규정이 변경돼 인도와 횡단보도가 닿는 모든 면의 턱을 순차적으로 없애는 사업이 진행 중이며 완료되면 이 같은 불편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자전거 횡단도가 자전거 이용자가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도 있지만 보행자와 자전거가 서로 엉켜 혼잡스럽게 횡단하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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