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 난’, 즉 평생교육단과대 신설 문제로 벌어진 이화여대 학생들의 점거 농성 과정에서 교수 및 교직원의 출입을 막은 사건에 대해서 터무니없게도 경찰에 의해서 소위 ‘감금’을 주도한 주동자들로 몰려 버린 사람들이다. 경찰이 ‘잠정적으로 특정’한 주모자 5인은 모두 총학생회 관계자며 이 중 3인이 소환 통보를 받았다.

원래 농성은 이화여대의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고 진행 과정에서는 “참가자 전체가 운동권 학생들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로 해서 총학생회가 배제된 바 있었다. 이화여대 학생들에 의하면, 당시의 점거 농성은 분위기가 평화로웠으며, 분명히 ‘감금’이 아니라 ‘대치’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과정에서 상당수 학생이 부상을 당하거나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한다.

이번 ‘이화의 난’ 자체는 다수의 학생이 자발적으로 온ㆍ오프라인으로 참여ㆍ소통하면서 ‘느린 민주주의’의 형태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주모자’라는 게 있을 수가 없으며 또한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는 사람들을 특정할 수도 없다고 이화여대 학생들은 주장하고 있다.

당시 다수의 농성 참여 학생들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서 신원 파악이 극히 어려웠다. 결국, 경찰은 이미 신원이 노출되어 있던 총학생회 관계자들만을 손쉬운 희생양으로 삼아버렸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한편, 이화여대 총장은 지난 5일 학생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돌이켜 보면, 소위 이화의 난을 불러일으킨 사람들은 교육부의 대학 정책 관계자들과 총장 등을 포함한 이화여대의 당국 관계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위 대학구조조정과 관련한 교육부의 관료주의적이고 졸속적인 ‘갑질’과 교육부가 내건 미끼인 ‘돈’에 환장한 대학 당국의 일방적인 결정이 이번 ‘이화의 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교육부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했다. 작년 12월 말에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한 교육부는 지난 5월에 6개 대학을 사업자로 선정한 뒤 추가 신청을 받았다. 이화여대는 6월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서 7월에 추가로 선정됐다. 이 사업의 2016년 전체 예산은 대략 300억원으로, 선정된 10개 대학은 각기 약 30억원의 예산을 교육부로부터 받을 예정이었다.

이화여대 학생과 동문, 그리고 학부모들의 반발이 컸던 이유 중 하나는 학교 측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추진한다는 것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미 평생교육원이 있는 이화여대가 굳이 단과대학을 만들려고 하는 까닭은 교육부가 미끼로 던진 30억원이 탐나서, 그리고 단과대학 설립 후 수입원이 될 등록금이 탐나서 그러는 것이 아니냐는 게 반대의 핵심 이유였다. 쉽게 말해서, 학위 장사와 등록금 장사를 대학 당국이 일방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학생, 동문, 학부모 모두가 분노했던 것이다.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자체 역시 큰 문제가 있다. 교육부는 그동안 소위 대학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해서 학생, 동문, 학부모, 교수 및 교직원, 지역 주민 등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교육부의 무기는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금과 대학 정원 감축이다. 교육부가 내세운 엉터리 평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대학에는 돈도 안 주고 정원도 감축해버리는 것이다.

또, 교육부 스스로가 전체적으로 대학 정원을 감축하려고 해 온 상황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단과대학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야말로 큰 문제다. 그보다는, OECD 평균에도 한참 모자라는 전임 교원을 늘리고,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이상적인 대학 교육 개혁의 결과는 이러한 것이 되어야 한다. 당사자가 원한다면, 지역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지역에 있는 대학을 나와서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에 입사해서 지역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대학과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해서 교육의 질, 그리고 소득과 처우 등에 있어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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