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멋쟁이 사자처럼’ 이두희 대표

대학시절 학교 보안에 문제 제기
변화 없자 직접 해킹한 사건
연예인 고교 때 사진 나와 유명세
교수 익명 평가 사이트 만들고
tvN 예능 ‘더 지니어스’ 출연도
취직 준비하다 “코딩 가르쳐 볼까”
가볍게 시작…벌써 1900명 교육
수강생이 만든 서비스 212개
“2시간 만에 수강생이 만든 메르스 지도
500만명이 방문… 소프트웨어의 힘”

“누구나 9주의 교육만 받으면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만들 수 있다.”

컴퓨터 비전공자에게 코딩(컴퓨터 언어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을 가르치는 신생 혁신 기업(스타트업) ‘멋쟁이 사자처럼’의 주장이다. 멋쟁이 사자처럼은 지난 23일 구글이 비영리 단체들의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선정해 총 35억 원을 지원하는 ‘구글 임팩트 챌린지’ 결선에서 최종 우승까지 차지했다. 시민 투표와 심사위원단 평가에서 모두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앞으로 멋쟁이 사자처럼은 구글로부터 5억원의 상금과 12개월간의 프로그램 멘토링을 지원받게 된다. 이두희(33) 멋쟁이 사자처럼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건 소프트웨어(SW)라고 하는데 실제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구글 지원금을 토대로 컴퓨터 문외한들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키워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24일 서울 삼성동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만난 이두희 멋쟁이 사자처럼 대표는 "멋쟁이 사자처럼은 대학원 중퇴 후 백수 시절 '백수의 왕'인 사자처럼 당당하게 살고 있다는 뜻으로 지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com
천재 해커, SW 교육자 되기까지

사실 이 대표는 코딩이나 해킹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미 유명인사다.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6년 서울대 전산 시스템의 보안 구멍을 발견하고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시정되지 않자 직접 해킹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때 유출된 학생들의 개인정보에 서울대 출신 배우 김태희씨의 고교 사진이 포함돼 이른바 ‘김태희 해커’로 불리기도 한다.

2008년에는 서울대 학생들끼리 익명으로 교수를 평가하는 사이트(snuev.com)를 만들어 또 한 번 이름을 알렸다. 이 대표는 “이전까진 수강 신청할 때 선배들의 평가나 입소문에만 의지했었는데 누구나 가감 없이, 속 시원하게 평가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더니 불과 몇 달 만에 전교생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2013년 tvN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에 ‘천재 해커’ 캐릭터로 출연, 대중들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멋쟁이 사자처럼의 출발은 화려하지 않았다. 2013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 과정을 중퇴하고 취직을 준비하던 중 ‘시간도 남는데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코딩을 좀 가르쳐 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컴퓨터 비전공자들을 모은 게 시작이었다. 이메일 등을 통해 알음알음 지원한 학우 30명은 일주일에 세 번씩 9주 동안 이 대표와 만나 강의실을 전전하며 코딩을 익혔다. 교육에 드는 비용이나 매번 수업이 끝난 뒤 회식 비용 등은 대체로 이 대표가 사비를 털어 충당했다. 9주 기본 교육을 마친 뒤에는 2달 동안 머리 속 아이디어를 진짜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내는 실전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이때 나온 결과물이 기대 이상이었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재학생은 기업마다 다른 채용 전형과 일정, 자기소개서 형식을 한 데 모은 서비스 ‘자소설닷컴’을 만들었다. 이후 이용자가 폭증하고 투자까지 받으면서 이젠 취업 준비생들의 필수 방문 사이트가 됐다. 이 대표는 “주변에서는 9주 만에 비전공자들을 개발자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했지만 학생들의 성장 속도가 워낙 빨라 나도 놀랐다”며 “원래 일회성으로 기획했던 수업인데, 교육 과정이 끝날 때쯤 이미 여기저기서 소문을 접한 대학생들의 신청 이메일이 수백통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30명의 초짜 개발자들은 멋쟁이 사자처럼의 1기생이 됐다.

지난 3월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멋쟁이 사자처럼 4기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있는 모습. 멋쟁이 사자처럼 제공
“매출보다는 코딩 저변 넓히는 게 목표”

1기 이후 지원자가 폭증하면서 2기(2014년ㆍ200명), 3기(2015년ㆍ 510명), 4기(2016년ㆍ 1,158명) 수강생이 계속 늘었다. 서울대 한 곳이던 참여 대학교 수도 전국 80여 곳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수업 공간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대됐다. 이 대표 혼자 힘으로는 유지가 어려워지자 구글, 아마존, 스마일게이트 등 기업들이 후원에 나섰고, 각 대학 자원봉사자들도 교육과 운영을 지원했다. 지난 3월 수업을 시작한 4기생부터는 최소 운영비 확보를 위해 1인당 3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멋쟁이 사자처럼을 거친 학생은 1,900여명, 이들이 만든 서비스는 총 212개에 이른다.

대학 연계 동아리 형태로 유지되던 멋쟁이 사자처럼은 지난 2월 비영리 법인 등록을 마치고 정식으로 회사의 형태를 갖췄다. 이 대표가 비영리라는 형태를 택한 이유는 수익 활동보다 소프트웨어 교육 자체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다. 그는 “아무래도 영리기업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1차 목적이어서 교육이 돈벌이의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향후 소프트웨어 교육의 저변이 확대되면 영리기업으로 전환도 고려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력이 되는 한 대학생들에게는 가급적 무료로 교육을 제공할 생각이다.

이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개발자)으로 일하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코딩을 가르치는 ‘이중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이달 말 근무 중인 회사를 퇴사하면 본격적으로 멋쟁이 사자처럼을 이끌 계획이다. 그가 이처럼 소프트웨어 교육에 ‘올인’하는 건 컴퓨터공학이 사회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학문이란 생각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14년 2기생이 만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지도를 예로 들며 “실제로 지도를 만드는 데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 이후 국내에서 메르스가 퍼지며 순 방문자 수(UV)가 500만명까지 늘었다”며 “수백만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단 몇 시간 만에 해낼 수 있는 건 소프트웨어가 유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상상만 해왔던 것을 내 손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23일 서울 삼성동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임팩트 챌린지' 결승 행사에서 이두희(왼쪽에서 두번째) 멋쟁이 사자처럼 대표를 비롯한 결선 진출자들이 활짝 웃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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