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찬가] <37> 모호한 단속대책

전기자전거 자전거도로 진입 가능하게 법 개정 추진
비규격 운행 단속 여부 등 놓고 행자부-경찰청 딴소리
자전거 활성화 바란다면 세심한 안전대책부터 만들어야
한강변에서도 종종 험지용 전기자전거를 만난다. 무게만 40kg에 가깝다. 사진은 극지 자전거로 유명한 하네브링크 제품 인터넷 캡처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자전거가 곧 합법적으로 자전거도로를 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현재 오토바이로 취급되는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로 분류하도록 관련법 개정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달 안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전거 이용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장 전동휠 등 다양한 탈것으로 자전거도로가 혼잡한 형편. 규제 정비 등 교통정리 없이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도로에 들어오면 위험하지 않느냐는 걱정이지요.

정부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전기자전거만 자전거로 분류하니 괜찮다는 입장입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1) 페달을 밟아야만 모터가 작동하는 PAS방식에 (2) 시속 25km 이상에서는 전기동력이 꺼지며 (3) 차체 중량이 30kg보다 가벼운 전기자전거가 자전거 자격을 받습니다.

일본 경찰이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순찰하는 모습(한국교통연구원의 2010년 답사 사진). 일본도 PAS 방식을 전기자전거로 인정한다.
중국에선 스쿠터에 가까운 전기자전거가 도심을 누빈다.
당장 개조, 불법주행 만연한데

문제는 기준에 맞지 않는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도로에 진입할 때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달리는 자전거를 외관만 보고 구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당장 법안 개정에 나선 행정자치부는 “실제 주행 관리는 도로교통법을 담당하는 경찰청 책임”이라며 공을 넘겼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법안을 만들기 전 관계부처 협의에서 단속을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라고도 밝혔죠.

그러나 경찰청은 “구분을 못하니 사실상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에 맡길 일이 아니라 법 개정을 추진하는 행자부가 주도적으로 계도해야 할 문제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대체 행자부는 누구와 협의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개정안을 빌미로 자칫 규격에 맞지 않는 전기자전거들까지 자전거도로에 쏟아져 나올지 모른다는 자전거 이용자들의 우려. 기우로 넘기기에는 지금도 비규격 전기자전거를 한강에서 만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페달을 밟지 않고 모터 힘으로만 달리는 스로틀(Throattle) 방식 전기자전거는 물론, 속도 제한(리미트)을 없앤 PAS 방식 자전거가 아무 제지 없이 달립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개조한 전기자전거를 사고파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안전하다는 믿음부터 줘야

사실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통행은 예전에도 두 번이나 안전성 문제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관련법 개정안이 2013년과 2014년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다뤄졌지만 결국 개정에 실패했죠. 당시 속기록에는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진입 등에 대한 걱정이 묻어납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이 법의 배경이 뭔가를 알 수가 없다. 이 산업을 더 촉진시키는 것인지, 위험한 사고를 줄여서 국민을 보호하자는 것인지 근본취지가 좀…”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행자부 관계자는 “그때와 달리 이번 개정안은 PAS 방식, 30kg 무게 제한 등을 포함해 안전성을 높였다”는 입장입니다.

전기자전거의 자전거도로 진입을 영원히 막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사흘간 직접 전기자전거를 타고 도심 도로를 지나 출퇴근을 해 보면서 오히려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자동차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전기자전거만큼 중장년 이상 연령층에게 편리한 근거리 이동수단이 없겠다 싶었거든요. (▶전기자전거 출근기: http://goo.gl/Ti1YBN) 전기자전거를 일찍부터 이용한 일본에서는 경찰 순찰용으로 쓰일 정도입니다.

다만 자전거 이용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행자부 관계자는 “충돌 상황의 안전 등 세세한 부분까지 연구를 하면 좋겠지만 이륜차에 대해서도 그런 안전기준은 없는 걸로 안다”며 “경찰청과 협의해서 앞으로 세세한 부분을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이야기인데요, 당장 단속 여부를 두고도 두 기관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 어쩐지 마음이 놓이질 않습니다.

김민호 기자 kimon8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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